2013. 1. 13. 19:50ㆍ등산/설악산
▲ 하얗게 눈이 덮힌 백담계곡.
설악을 간다.
언제나 가고싶은 설악.
겨울산행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설악.
설레이는 마음과 두려운 마음으로 설악을 간다.
Steve 형님과 직장 동료와 함께.
1월 11일 금요일 23시 30분.
양재역에서 출발한 버스는 토요일 새벽 2시가 못되어서 내설악휴게소에 도착한다.
매식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산행을 위해서 함께 간 동료와 식사를 한다.
동절기라서 입산을 늦게 시킨단다.
휴게소에서 3시에 출발, 한계령에 일부를 내려 주고
3시 40분경 오색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오색입구에서 출발전 사진을 찍는다.
오늘 설악을 처음으로 오르는 직장 동료와 Steve 형님.
나도 한 컷.
보통 때와 같으면 많은 산님들로 북적거릴 입구가 오늘은 한산하다.
겨울이라서 그런가....
굳게 다져진 하얀 눈을 밟으며 설악의 너른 품으로 들어간다.
상쾌한 공기로 가슴속까지 시원해짐을 느낀다.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고 있는 직장 동료.
덥다고 겉옷을 다 벗고 셔츠만 입고 오른다.
눈발이 점점 굵어진다.
살짝 걱정이 앞선다.
설악이 처음인 동료지만 꾸준히 잘 올라오고 있다.
워낙 천천히 발동이 걸리는 Steve 형님은 뒤로 처졌지만
설악이라 걱정이 안된다.
설악은 원래 형님 나와바리니까...^0^
올 겨울, 정말 많은 눈이 내렸다.
눈은 계속 내리고 있고 바람이 몹시 불어댄다.
일기예보대로라면 오전 6시까지 내리다 그친다고 했었는데...
대청 100미터 직전.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정상을 오르기전 만반의 준비를 한다.
드디어 대청.
몸을 날려버리려는 듯한 세찬 바람이 불어댄다.
원래 대청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기는 하지만
내가 경험한 대청중 오늘이 최악이다.
오색에서 올라오면 언제나 먼저 우리를 반겨주는 정상석.
꽁꽁 얼어있다.
혼자 왔다면 정상 인증샷이고 뭐고 얼른 내려가고 싶었지만
설악이 초행인 동료가 있어 악천후를 무릅쓰고 정상 인증샷을 찍는다.
눈보라가 몰아쳐 누구인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
사진으로도 세찬 바람이 느껴진다.
몸을 지탱하기 힘들 정도의 바람이 끊임없이 몰아치고 있어
사진 한장 간신히 찍고는 도망치듯 중청대피소를 향한다.
세찬 바람에 몸이 떠밀리고
안경엔 김이 서려 얼어붙어 앞은 보이지 않고...
헤드랜턴의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서 간신히 중청대피소에 도착해서야
'이제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긴장이 풀린다.
대피소에서 숨을 돌리면서 Steve 형님을 기다린다.
대청을 어떻게 넘어오실까... 하는 걱정이 되지만
워낙 설악은 형님한테 익숙한 곳이니까 조금은 안심이 된다.
함께 한 동료는 정신이 없다.
그야말로 혼이 쏙 빠진 모양이다.
숨을 돌리고 취사장으로 내려가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한다.
식사를 하고 있는 중에 형님이 취사장으로 들어오신다.
꼭 잃었던 가족을 찾은 듯이 너무 반가웠다...ㅎㅎ
형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찾고 계셨다고.
함께 식사를 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식사하는 동안 날이 밝았다.
쌩쌩 불어대는 겨울바람소리에 밖으로 나서기 싫었지만
그래도 날이 밝아 한결 낫다.
중무장을 하고 중청대피소를 나선다.
날이 흐리고 안개가 잔뜩 끼어서 시야가 좋진 않았지만
주변에 보이는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강한 눈보라가 만들어 놓은 멋진 풍경들이다.
소청을 향해 뿌연 안개속으로 들어간다.
첫 경험인 설악에서 호된 식고식을 치르고 있는 직장동료.
그나마 날씨가 많이 풀렸길래 망정이지
지난 주와 같이 한파경보중이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소청으로 내려서는 등로가 참 예쁘다.
봉정암 갈림길에서.
함께 한 동료는 아직도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아직도 바람은 세차게 불어대고 있지만
멋진 설경을 감상하면서 봉정암으로 내려간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경이다.
한참을 보이지 않던 형님이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신다.
오버트라우저를 입고는 히프스키를 타시면서 쌩쌩 달리신다.
처음부터 즐기시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오셨다.
봉정암 직전에서.
이제 조금 마음이 진정된 듯...^0^
봉정암.
봉정암을 호위하고 있는 바위 군상.
봉정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데 또 다시 세찬 바람이 몰아친다.
사진에서도 바람의 위력이 느껴진다.
다시 자세를 잡고.
배경이 온통 설경이라 너무 하얗다.
형님도 한 컷.
설경에는 역시 빨간색이...ㅎㅎ
우연찮게 동행하게 된 Steve 형님.
계사년 한 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히프스키로 저만치 먼저 내려가셔서 편히 쉬고 계시는 형님.
봉정암.
단청이 곱다.
풍경소리도 맑고.
바위 군상을 가까이서 담는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봉정암... 정말 멋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형님 한 컷 찍고.
원래 봉정암에서는 기도처에 올라가 조망을 해야 하는데
오늘은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그냥 패쓰.
이제 백담사를 향해서 길고도 긴 등로를 내려간다.
사자바위에서부터 히프스키를 즐기려던 형님은
눈이 부족해서 그냥 걸어 내려가시는데 많이 서운하신 모양이다.
솜씨좋은 대장장이가 깍아놓은 듯한 바위들이 보인다.
날이 맑았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래도...
함께 한 동료는 빨리 내려가고 싶은 모양이다...ㅎㅎ
눈 덮힌 구곡담계곡... 정말 깨끗하다.
바위 위에서 나무가 멋지게 자라고 있다.
온통 생크림으로 덮혀 있는 계곡.
후~~~ 하고 불면 날아가버릴 듯한...
머리조심!!!
눈이 부시다.
쌍룡폭포.
규모가 너무 커서 똑딱이로는 다 담을 수가 없다.
흔적을 남긴다.
설악의 정취를 만끽하셨는지...^0^
오늘 받은 설악의 정기로 금년 한해 건강하고 소원성취하시길...
방향을 바꿔서 한 컷 더.
새 모이를 주고 있는 형님.
온통 눈이 덮혀있어 먹을거리가 없다.
뭔가 근엄한 의식을 치르는 듯한 모습...ㅎㅎ
용아의 멋진 모습을 감상하면서 내려간다.
용아폭포도 꽁꽁 얼어 있고.
앞 서 간 동료가 잠시 쉬고 있다.
그동안 다섯 시간 정도의 산행만 했던 동료가
현재 일곱 시간째 산행중이다.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는 소나무들.
곧게 자라고 있다.
이건 또 누구의 작품?
차곡차곡 쌓아놓은 듯한 바위가 '젠가' 게임을 연상케한다.
고요하고...
아름답고...
평화롭고...
깨끗하다.
구곡담계곡을 따라 수렴동대피소로 내려간다.
눈 덮힌 계곡이 걸음을 더디게 한다.
산행 내내 흐렸던 하늘이 개이는 듯.
한폭의 멋진 수묵화가 펼쳐지고.
바위아래로 설치된 편안한 등로를 따라서...
드디어 수렴동대피소.
많은 산님들이 추위를 피해 쉬면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우린 들어가서 덥다고 시원한 맥주를 나눠 마신다.
오세암 삼거리.
현재 오세암에서 마등령코스는 출입통제중.
영시암을 지난다.
이름이 맘에 드는 암자다.
하늘을 향해 쭉쭉 자라고 있는 나무숲.
조망이 터지지 않아 하루종일 시야가 답답했지만
간간이 보이는 겨울산의 풍경이 그래도 아름답다.
뭔가 오물오물 거리는 듯한 느낌.
불과 몇 시간 전만해도 대청에서 사투를 벌였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여유로운 모습이다.
검은 구름사이로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누군가의 간절한 바램이 담겨져 있는 돌탑들이 세워져 있다.
백담사.
만해의 흔적이 서려있는 곳.
설악을 돌아본다.
오늘도 힘들었지만 뿌듯한 마음이다.
백담사 경내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
백담사를 나오면서 아쉬운 마음으로 설악을 한번 더 돌아본다.
다리를 건너고 있는 산님들의 포즈가 재밌다.
다소 무리한 일정이었지만 무난히 완주하신 Steve 형님.
뒷모습이 듬직하고 따뜻해 보이네요~~^*^
안전하게 완주한 기념으로...ㅎㅎ
동절기에는 백담사에서 용대리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아
약 7킬로미터의 거리를 걸어서 내려간다.
우측으로 보이는 백담계곡의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면서.
한참을 걸어서 드디어 용대리 입구.
오색에서부터 용대리까지의 기나긴 산행을 무사히 마친다.
비록 악천후로 인해 고생을 하고
설악의 멋진 설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산행은
오래도록 또 가슴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으리라.
◆ 산행코스 : 오색 - 대청봉 - 소청대피소 - 봉정암 - 구곡담계곡
- 수렴동대피소 - 백담사 - 용대리(약 25㎞).
◆ 산행시간 : 11시간(산행인원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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