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정릉~칼바위능선~위문~사기막능선~밤골(110305)

2011. 3. 5. 18:07등산/북한산

▲ 칼바위 능선에서. 

 

아들아.... 잘 지내고 있냐?

보고싶구나 많이^0^

오늘 주말인데, 훈련도 주 5일 훈련이냐?ㅎㅎ

 

오늘은 엄마하고 함께 산에 간다.

엄마하고 단 둘이서 가는 산행은 정말 오랜만이다.

오늘 교회에 큰 행사가 있어서 아무도 산에 가지 않는다는구나.

그래서 할 수없이 엄마랑 가는 거야.ㅋ

 

주중에 많이 쌀쌀했었는데 주말들어 조금 풀린 것 같다.

거긴 어떤지 궁금하구나.

원래 훈련병 때는 아무리 자도 졸립고, 아무리 먹어도 배 고프고,

아무리 껴 입어도 추운 법이란다.

 

오늘 산행은 정릉에서 시작한다.

지난 3월 1일 하산한 곳을 오늘은 들머리 삼아 오르는 거란다.

날씨는 따뜻한데 조금 흐리구나.

시야가 깨끗해야 좋은데 말이다.

 

엄마하고 연애할 때 이 코스를 무척 지루하게 내려왔던 기억이 있단다.

근데 이제 산에 많이 다녀서 그런지 완전 식은 죽 먹기다.ㅎㅎ

 

보통 정릉을 들머리 삼아 북한산을 오르게 되면

대성문이나 보국문 방향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아빠는 오늘 칼바위 능선이라는 곳으로 가려고 한다.

원래 아빠가 사람 많이 다니는 코스를 좋아하지 않거든^^*

 

지난 3월 1일 내린 눈이 아래쪽에는 거의 녹았는데

위로 올라오니까 아직도 잔설이 가득하구나.

저기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보현봉이란다.

 

요게 바로 칼바위 능선 초입이고.

바위들이 왼쪽으로 다 기울었구나.

칼날처럼 뾰쪽뾰쪽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것 같다.

 

칼바위 능선에 올라서면 이렇게 조망이 좋단다.

사실, 겨울이라서 이런 조망을 볼 수 있는거야.

나뭇잎들이 무성하면 이런 조망을 볼 수가 없거든.

 

왼쪽을 보니 보현봉에서부터 북한산성 성벽들이 쭈욱 이어지고 있다.

너도 보이니?

성벽 너머로 하얗게 눈에 덮혀 있는 봉우리는 문수봉이라는 봉우리란다.

 

오른쪽으로는 이런 그림이 보이는구나.

지난 3월 1일 칼바위 능선에서 3시간을 버티고 기다리던 카메라맨이

바로 이런 그림을 담고 싶었던 거란다.

오늘 시야가 깨끗지 않아 조금 아쉽지만 멋지지 않니?

봉우리 이름을 다 설명해봐야 네가 별로 관심없을 것 같아 그냥 넘어간다^0^

한가지만 알려줄께.... 사진 한 가운데 보면 조그만 정자같은 것이 보이지?

그게 바로 동장대 라는 곳이란다.

암튼, 가슴이 뻥 뚤리는 멋진 그림이야.

 

이런 멋진 그림은 한 장 더 찍어야 한단다.ㅎㅎ

햇빛이 부족해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날씨 좋은 날, 하늘이 파아랗고 시야가 깨끗한 날 다시 와야겠다.

이런 그림 다시 찍으려고.

 

칼바위 능선을 올라 우측으로 코스를 잡았단다.

북한산의 주봉인 백운대로 가는 코스지.

 

동장대에서 바라 본 그림이란다.

이렇게 보니까 아직도 한겨울이다.

우리 아들 생각하면 겨울이 빨리 지나가야되는데 말이다.ㅎㅎ

역시 봉우리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대동문이라는 곳에서 엄마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요즘 산에 갈 때마다 식사용으로 가래떡을 가지고 간단다.

오늘도 역시 가래떡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했단다.

산 위라 그런지 식사하는 잠깐 사이에 한기가 느껴지더라.

 

식사를 하고는 위문을 향해서 간다.

지금 가고 있는 등산로는 북한산 주능선이라서 산님들이 많이 이용하는 코스란다.

그래서 조금 시끌시끌하단다.

 

 

높이가 높아지면서 해가 들지 않는 곳에는 얼음들이 있었다.

역시 3월까지는 겨울산행이라 생각하고 장비를 준비해 가지고 와야 한단다.

그래야 산에서 낭패를 당하지 않거든.

 

노적봉에도 하얀 눈이 예쁘게 내려 있구나.

역시 해가 들지 않는 방향이라 그대로 남아 있다.

노적봉의 눈이 다 녹을 때면 한번 올라가 볼 생각이다.

아빠가 좋아하는 코스거든^0^

 

저 아래 원효봉과 염초봉은 이제 막 봄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구나.

 

저기 우람한 바위 군상이 백운대란다.

북한산의 정상이지.

네가 세 살 때 쯤인가에 한번 올랐었는데.... 기억이 없지?

태극기가 꽃혀 있는데 우측의 바위때문에 정상이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구나.

엄마아빠는 오늘 백운대를 오르진 않을거야.

백운대는 어쩌다 한번 북한산에 오는 산님들이 오르는 곳이란다.

아빠처럼 주말마다 가는 사람은 거의 오르지 않는 곳이지.ㅎㅎ

 

백운대 바로 아래에 위문이라고 하는 문이 있단다.

그 위문을 향해 오르는데 멋진 장관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3월 1일 내린 눈으로 나무에 얼음이 생겼었는데

그동안 날씨가 쌀쌀해서 아직 녹지 않은 모양이야.

정말 멋진 풍경이었다.

북한산을 그렇게 많이 올랐었지만 이런 멋진 풍경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사실은 이 보다 훨씬 멋진 풍경이었는데

아빠가 가지고 다니는 똑딱이 카메라로는 이 정도 밖에 담을 수가 없구나^^*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아들하고 함께 와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물론, 네가 동행을 할런지는 모르겠지만.ㅋ

 

 

위문에서 백운대를 오르지 않고 V계곡이라는 곳으로 간다.

그 곳을 지나 밤골이라는 곳으로 하산하려고.

 

백운대를 왼쪽에 두고 빙 돌아 나간다.

멀리 바위 위에 멋진 모습들이 눈에 들어 온다.

 

V계곡은 원래 해가 들지 않는 곳이라서

북한산에서 가장 겨울이 오래 가는 코스란다.

2월초 따뜻했던 날씨로 녹았다가 다시 또 추워지는 바람에 얼어서 완전 빙판이다.

거기다가 3월 1일날 내린 눈이 쌓여 있어서 내려오는데 많이 힘들었단다.

 

엄마는 거기서 골짜기를 따라 바로 하산하기로 하고

아빠는 사기막 능선이라는 곳으로 올라갔다가 내려가서 만나기로 하였단다.

사기막 능선 역시 북한산에서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코스란다.

아빠는 거기서 북한산의 마지막 겨울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

 

바로 이런 그림이란다.

파랑새 바위라고 하는 곳인데 그 곳에도 멋진 풍경이 펼쳐져 있었단다.

거리가 멀어서 카메라로 담아내기에는 좀 한계가 있었지만

아빠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은 멋진 풍경이었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숨은벽 대슬랩은 완전 빙판으로 변해 있더라.

누군가 위에서 물을 뿌려서 얼려놓은 것 처럼.ㅎㅎ

 

눈만 없으면 산은 이제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진단다.

 

사기막 능선에서 볼 수 있는 인수와 숨은벽.

언제봐도 싫증나지 않는 그림이란다.

 

그야말로 한편의 수묵화 같지 않니?

 

마지막으로 전망대 바위에서 한번 더 돌아보고

밤골을 향해 바로 하산한다.

계곡으로 내려 간 엄마를 기다리지 않게 하려면 아빠가 빨리 내려가야 하거든^^*

 

밤골계곡도 물이 좋은 곳인데 아직은 얼음이 꽁꽁 얼어 있더라.

그래도 그 얼음 밑으로 봄은 오고 있었다.

물소리가 얼마나 반갑게 들리던지.....ㅎㅎ

 

보이지?

얼음 사이에서 물이 흐르는 모습이.

얼른 따뜻한 봄이 와서 우리 아들이 훈련받는데 불편함이 없었으면 하는 아빠의 마음이다^0^ 

 

이제 다 내려왔단다.

 

잘 지내거라. 아들.

다음 주에는 인터넷에서 네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

보고싶어도 조금만 더 참아야겠지?ㅎㅎ

사랑한다.

 

◆ 산행코스 : 정릉탐방지원센터 - 칼바위능선 - 대동문 - 용암문 - 위문 - V계곡 - 사기막능선 - 밤골.

◆ 산행시간 : 4시간 20분(아내와 동반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