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 19:32ㆍ등산/북한산
▲ 북한산 설경 - 대동문.
아들아. 그래 병영에서의 첫날 밤 잘 잤냐?
아침 잠이 많은 녀석이라서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느라 조금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단다.
아빠는 오늘 북한산엘 다녀 왔다.
너를 군대 보내고 허전한 마음에 오래도록 산행을 하려고 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오고 있더라.
그래서 눈이 그치고 난 후 느즈막히 집을 나섰단다.
최근에는 주로 교회 식구들과 함께 산엘 다녔었는데
오늘은 아빠 혼자서 간다.
아들 생각하면서 혼자 걸어보려고^^
계곡엔 이제 서서히 봄이 오고 있구나.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지만 결국 이렇게 봄은 오고야 마는 것이란다.
지난 주말부터 오늘까지 내린 눈과 비가 그치고 나면 다시 추워진다고 하는구나.
하필이면 네가 입대를 하고 나니까 날씨가 추워지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이는구나.
네가 지금 집에 있으면 날씨가 추워지거나 말거나 그다지 신경쓰지 않을텐데 말이다.
너도 알다시피
그렇게 추웠던 겨울이 언제였었나 싶을 정도로 2월은 무척 따뜻했었쟎니?
이렇게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구나 생각했었는데
역시 또 어김없이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찾아온 것 같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 앞에 우리 인간은 순종할 수 밖에 없겠지?
어제 점심 식사하면서 네게 해 준 말이 떠 오르는구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사람들은 누구나 추운 겨울을 지내면서
따뜻한 봄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게 되지.
하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봄은 그리 빨리 오지는 않는단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2월 중순만 해도 너무 따뜻해서 이제 겨울이 다 갔구나 하고 생각을 했었지만
내일부터 다시 또 추워진다고 하니
"春來不似春 - 봄은 왔지만 봄이 아니다" 라는 말이 생각나는구나^0^
군에 입대한 너는 더욱 그런 생각이 더 하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기다리는 그 무엇은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란다.
모진 눈보라와 강풍을 이겨낸 후에야 새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지.
강풍과 눈보라를 온 몸으로 견뎌내고 있는 이 나무들을 보렴.
이러한 고통의 시간을 겪고 난 후라야
우린 정말로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거란다.
어제 너를 그곳에 남겨두고 올라오면서 마음이 허전했단다.
서로 말은 안했지만 엄마도, 누나도 같은 마음이었을거야.
물론, 누구보다도 네가 가장 외롭고, 또 두려운 마음이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반드시 가야 할 길,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철저하게 즐기면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들, 언제든지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거라.
지금까지 지켜주시고 인도해 주신 하나님 아버지가 늘 함께 하시고
또 가족들과 친구들, 너와 인연을 맺고 있는 선후배들 모두가
네 뒤에서 너를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려무나.
지금도 어제 행진하면서 손을 흔들던 네 모습이 선명하게 떠 오른다.
군복과 모자, 신발 등을 지급받았겠구나.
몸에는 잘 맞는지 모르겠다.
며칠 있으면 인터넷에서 군복을 입은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ㅎㅎ
낯 선 곳에서의 생활은 두려움도 있겠지만
또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잘 해 왔던 것 처럼
거기에서도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잘 해 나가기를 바란다.
인생은 때로는 고독한 것이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고 동료가 있어서 전혀 외롭지 않는 것이기도 하단다.
꽃샘 추위가 찾아와 우리들의 몸을 움추려 들게도 하지만
이처럼 아름답고 찬란한 세상을 선물해 주는 것과 같이
우리 아들도 군대생활을 통해
당당하고, 의젓하고, 늠름하게 성장하리라 믿는다.
입대하기 전에도 얘기했듯이
국가의 부름을 받아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그 기간이
너의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늘 기도하마.
겨우내 기다리던 따뜻한 봄이 오면
우린 또 이처럼 아름다웠던 겨울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텅 비어 있는 네 방을 보면서도
아직 네가 입대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구나.
이런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건강한 모습으로 너를 만날 수가 있겠지?^0^
누군가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했다.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모두는 그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생활하고 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덧 우리가 기다리던 그 때가 오고야 말거야.
찬란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
이처럼 멋진 마지막 겨울 선물을 허락하신 창조주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병영생활 내내 아들과 함께 동행하여 주실 하나님께 더욱 큰 감사를 드린다.
아무쪼록 우리 아들이 지금 있는 그 곳에서 최선을 다하며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인정받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칼바위 능선위에서 백운대의 멋진 설경을 담기 위해 세 시간째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다는 어느 산님.세상사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는 것이란다.
산행중 밝은 햇살이 한번만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끝까지 나와주질 않는구나^0^
아마 이 글을 네가 보면 아빠한테 이렇게 얘기할 것 같구나.
"아빠, 너무 오바하지 마세요" 라고.ㅎㅎ
칼바위 능선 위의 산님이 꼭 멋진 백운대의 모습을 담기를 기대해본다.
우리 아들도 잘 먹고, 잘 훈련 받고, 잘 자고, 잘 지내거라.
겨울이 아무리 매서워도 봄은 반드시 오는 거니까.
산 위는 아직 겨울이지만 계곡에는 벌써 봄이 성큼 다가와 있구나.
산행 내내 흐렸던 하늘이 하산하고 나니까 개이고 있다.
다시 올라 갈 수도 없고.ㅎㅎ
◆ 산행코스 : 백화사 - 가사당암문 - 용출봉 - 나월봉 - 상원봉 - 청수동암문
- 대남문 - 보국문 - 칼바위 능선 - 정릉탐방지원센터.
◆ 산행시간 : 4시간(나 홀로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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