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11. 18:46ㆍ등산/북한산
▲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북한산과 도봉산.
"나 내일 고난의 행군을 떠난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면서 직장 동료에게 던진 말이다.
몇 달 전부터 산방식구들 사이에 불수사도북에 관한 얘기들이 있었지만
그런 짓을 무엇때문에 하느냐는 생각으로 조금은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짓'을 하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불수사도북 종주를 하기로 마음먹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지난 3월 직장에서 있었던 직무교육이다.
함께 교육을 받은 직장 선배로부터 불수사도북에 관한 얘기를 들으면서
'나도 한번.......' 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무언가 생각하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성격때문에 바로 실행하게 되었다.
내일 있을 거사를 앞 두고 미리 배낭을 챙겨 놓고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10시 30분쯤 잠을 청했는데 눈을 떠 보니 12시 30분쯤 되었다.
푹 자 두어야 하는데 너무 일찍 눈이 떠 졌다.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깊은 잠이 오지 않는다.
뒤척거리다 2시쯤 일어났다.
3시 45분에 회장님께서 픽업하러 오기로 했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다.
컴퓨터를 켜고는 불수사도북에 관한 자료를 한번 더 훑어 본다.
지금까지 다른 산님들의 산행기를 수십 차례 읽으면서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점검을 해 본다.
혹시나 길을 놓쳐서 본의아니게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사패, 도봉, 북한산은 코스가 익숙한 곳이라 염려가 안 되었지만
불암산과 수락산은 거의 초행이라 할 정도로 가 본 지가 하도 오래 되어서
불암산과 수락산을 다시 한번 찬찬하게 훑어 보았다.
3시 40분쯤 아파트 입구로 나간다.
회장님 차가 벌써 도착했다.
차를 타고는 외돌개님을 픽업하러 중산으로 향한다.
외돌개님을 태우고는 오늘 산행기점인 불암산으로 향한다.
불수사도북 종주 코스는 다양하다.
첫 산행기점인 불암산도 여러 곳의 들머리가 있다.
기왕에 도전하는 거 가장 긴 코스를 택해서 산행하기로 마음먹고는
중계동 수암초교를 찾아간다.
네비양의 안내를 따라 수암초교에 도착해서는
인근 아파트 단지를 끼고는 들머리를 찾는다.
불암산 자락으로 울타리가 쭈욱 설치되어 있는데
그 중 한곳에 사람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열려 있고
여러 산악회에서 매달아 놓은 등산 안내지의 모습들이 보였다.
여기다 싶어 차를 세우고는 내려서 살펴보니 군데군데 산악회 리본이 매달려 있다.
들머리인 청록약수터 주변에서 외돌개님과 출발사진을 찍는다(04:40).
불암산과 수락산을 동반산행하려고 했던 회장님은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불암산 들머리에서 10여분간 배웅 산행을 하고는 안전 산행 하라는 당부를 남기고 내려간다.
새벽에 준비해 온 삶은 달걀 7개와 맛있는 토마토, 쵸콜렛 등을 넘겨 주고는.
아직 캄캄한 새벽이었지만 인근의 동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서인지 등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넓은 등로를 따라 열심히 올라가니 이런 이정표가 나온다.
코스를 제대로 잡은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조금 더 올라가니 넓은 광장이 나온다.
체육시설들이 설치되어 있다.
이른 새벽인데도 벌써 덥다.
쟈켓을 벗고 본격적인 산행 준비를 한다.
전투대세로 돌입하는 외돌개님^^*
어젯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서인지 몸 상태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열심히 걷는데도 졸음이 온다^^*
재현중학교 방향에서 올라오는 정암사 사거리다.
정암사 방향에서 올라오는 코스는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계단을 다 올라오면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상계동 방향의 야경을 보고 있는 외돌개님.
야경을 찍기 위해 삼각대를 가져올까 하다가 최대한 짐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으로 놓고 왔는데
막상 야경을 보니까 놓고 온 삼각대 생각이 간절했다.
외돌개님 뒤로 보이는 시커먼 산등성이가 420봉인 듯 하다.
상계동과 도봉동 쪽 야경.
정암사 사거리에서 불암산 정상까지는 500m이다.
또 열심히 걷는다.
드디어 불암산 정상(05:45).
인증 샷을 찍고.
태극기가 나오도록 사진을 찍었는데 조명이 부족해서 흐릿하다.
외돌개님의 헤드랜턴 만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이번엔 좀 더 가까이 접근해서 플래시 모드로 촬영.
살짝 눈을 감으신 외돌개님.
바람이 거의 없는 것 같았는데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불암산 정상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
아침에 회장님이 준비해 주신 삶은 달걀과 맛있는 토마토를 먹는다.
삶은 달걀에 소금까지 챙겨 주셨다.
저 앞에 뿌옇게 수락산의 모습이 보인다.
이제 우린 저 곳을 향해 간다.
불암산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두꺼비바위를 찍는데
외돌개님이 내려 오시는 바람에 함께 찍혔다^0^
정말 두꺼비 한 마리가 떡하니 앉아 있는 듯 하다.
불암산 정상에서부터 덕능고개까지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등로도 흙길이라 걷기가 편하다.
산행이정표와는 별도로 '덕능고개' 라고 써 놓은 커다란 표지판들이 군데군데 매달려 있다.
덕능고개(06:25).
불암산 산행의 종점이자 수락산 산행 기점.
이정표 뒤로 보이는 동물 이동통로를 건너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면서 수락산 산행이 시작된다.
378봉쯤에서 다시 요기를 한다.
준비해 간 샌드위치와 과일로 역시 또 간단하게 영양분을 보충하고는 도솔봉을 향한다.
도솔봉을 배경으로.
일출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날씨가 흐려서 해가 나오질 않는다.
아쉽다.
도시가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산도 역시 깊은 잠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흐릿한 안개 너머로 보이는 북한산과 도봉산의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오늘 가야 할 코스들이다.
거리상으로 도봉산이 더 가까워서 북한산 보다 더 높아 보인다.
북한산을 땡겨 본다.
아침 햇살이 있었으면 인수봉이 빛이 났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도봉산도 땡겨 본다.
만장봉, 선인봉, 자운봉에서 우측으로 이어지는 포대능선과 도봉산 주능선.
날이 조금씩 환해지면서 수락산의 암릉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강바위를 배경으로 외돌개님.
치마바위를 오르고 하강바위를 지난다.
하강바위를 돌아가면 중간에 종 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
아기코끼리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어미코끼리 바위가 있고.
그런 어미코끼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위험한 바위 위에 올라 앉아있는 아기코끼리의 모습도 보인다.
암릉군 주변에는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아기코끼리가 올라가 있는 바위를 우측으로 끼고 돌아나간다.
멀리 산 마루들이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을 연상케 한다.
수락산의 명물 철모바위를 만난다.
사진으로만 봤던 바위였는데 오늘 이렇게 올라와서 사진을 찍는다.
총탄 자국도 있다고 하던데.... 살펴보니 정말 있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잠깐씩 쉬어 간다.
수락산 정상을 향하는 길도 만만치가 않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 후에야 정상을 밟을 수 있다.
힘들게 정상을 향해 오고 있는 외돌개님.
수락산 초입에서 먹은 음식이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아 속이 불편하다고 하신다.
드디어 수락산 정상(07:55).
이 곳에도 역시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역시 인증 샷을 찍는다.
태극기 위로 올라가려고 하다가 무리하지 말자고 생각하고는
그냥 아래에서 사진을 찍는다.
수락 정상에서의 조망.
우측의 철모바위, 왼쪽 암릉군에는 하강바위, 아기코끼리 바위 등이 보인다.
멀리 불암산의 모습도 희미하게 보이고.
오늘의 최종 목적지 북한산.
도봉산.
도봉의 우측 끝자락에 수줍은 듯 살짝 돌아 앉은 모습의 사패산.
수락 정상에서 수락산의 또 하나의 명물인 기차바위(홈통바위)를 향해 간다.
기차바위 역시 그동안 사진으로만 봐 왔었다.
참 재미있게 생긴 바위라고 생각했었는데.....
홈통바위를 하강중인 외돌개님.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길이가 장난이 아니다.
10명 이상이 매달려도 끄떡없을 정도의 굵은 동앗줄이 설치되어 있다.
안전자일에 의지해서 내려가는데 엄청 길다.
초행자는 겁을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우회할 수 있다.
연출사진^0^
홈통바위를 내려서서는 도정봉을 향해 간다.
인터넷에서 불수사도북에 관한 코스도를 준비해 가지고 와서
실제로 그 코스도를 보면서 산행을 하는데 정말 자세하게 설명되어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이름모를 산님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도정봉(08:40).
도정봉에도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매점도 있고.
도정봉에서의 조망.
의정부, 포천 방향.
군데군데 보이는 아파트단지때문에 썩 어울리는 그런 그림은 아니지만
바로 이런 멋진 그림을 보기 위해 새벽 산행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퇴계원 방향.
도정봉에서 만가대초소 방향으로 간다.
하산해서 본 이정표에는 동막골초소라고 되어 있었다.
완만한 경사의 내리막길이었지만 마사토로 인해 조금 미끄러웠다.
반대 방향에서 올라오는 산님들과 아침인사를 나누면서 수락을 뒤로 하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핸폰이 울린다.
아침에 배웅해 주신 회장님이다.
동막골로 하산했느냐고 물어 보신다.
지금 내려가고 있는 중이라고 얘기하고는 시계를 보니 산행을 시작한 지 정확하게 4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4시간이면 하산했을 걸로 생각하시고 전화를 하신 우리 회장님.
무섭다^0^
갑자기, 시원한 물로 세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수락산 하산 완료(09:15).
동막골 입구에서부터는 도로를 따라 사패산 입구까지 간다.
동막골 지하도.
굴다리 내부를 예쁘게 꾸며 놓았다.
동막교를 이용해 중랑천을 건넌다.
산에 있다가 도시로 내려오니까 역시 시끄럽고 복잡하다^^*
불수사도북 종주를 하는 산님들이 애용하는 24시 김밥집을 찾아간다.
불수사도북 산행기를 보면 산님들이 모두들 새벽에 도착해서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가는데
우린 훤할 때 간다.
9시 40분쯤 조금 늦은 아침식사를 한다.
외돌개님은 된장찌개를 드시고 나는 순대국을 먹는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한다.
시원하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껌 한통과 맥주 2캔을 산다.
배낭이 무겁더라도 도봉산 산행중 먹어 주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맥주는 운동으로 지친 몸을 회복시켜 주는 아주 훌륭한 이온음료다.
어떤 이온음료보다도 몸에 빠르게 흡수되어 피로를 회복시켜 준다.
사패산 들머리인 범골 입구를 찾아 간다.
역시 복잡한 시내를 지난다.
회룡2교를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군데군데 배낭을 메고 산행을 나서는 산님들의 모습이 보인다.
산님에게 길을 묻는다.
가리켜 주는 곳을 보니 호암사 1.5㎞ 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그리로 간다.
호원가든아파트 2단지 옆 도로를 따라 쭈욱 올라간다.
장암 지하도를 지나고.
장암 지하도를 나서면 우측에 호암사 표석이 보인다.
여기가 사패산 범골 입구다(10:33).
호암사까지 500m라고 하는데 무척 난코스다.
코크리트로 포장된 오르막길이다^^*
호암사 앞마당에서 왼쪽으로 꺽어져 사패능선을 향한다.
RCY 조끼를 입은 학생들이 우르르 내려오고 있다.
단체로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가 가는 모양이다.
등로가 복잡하다.
저기 앞에 사패산 갓바위의 모습이 보인다.
일산에는 아침에 비가 내렸던 모양이다.
KoAm님으로부터 걱정하고, 격려하는 문자가 온다.
사패능선 삼거리.
청년 하나가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식힌다.
사패정상을 찍으러 간다.
역시 등로가 복잡하다.
사패 정상(11:30).
바람이 차다.
다른 산님에게 부탁해서 커플 샷을 찍고.
독사진도 한장씩.
사패 정상에서 양말을 벗고 발가락 사이에 바세린을 덧바른다.
아침에 출발할 때 바른 바세린의 양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다행히 아직까지 발가락에 이상은 없다.
이제 포대능선을 향해 간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는 모습의 외돌개님.
시원스럽게 뚫린 외곽순환도로 너머 수락산.
해가 없어 조망은 답답했지만 뜨겁지 않아 산행하기엔 아주 좋다.
잔뜩 흐린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산행하는 동안 제발 비가 오지 말았으면 하는 기도를 하면서 포대를 향해 간다.
언제 봐도 예쁜 그림.
포대능선(Y계곡)을 우회한다.
오늘은 불수사도북 종주가 목적이기때문에 무조건 우회다.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도봉산 자운봉(12:50).
증명사진을 찍고.
불수사도북 산행기를 보면 도봉산에서의 나무계단 오름길이 가장 힘들었었다는 글이 많다.
그 나무계단을 오른다.
산행을 시작한지 8시간 이상 지났기때문에 체력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었다.
한걸음, 한걸음 세면서 올라간다.
위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발끝만 보면서 올라간다.
자운봉을 지나 첫번째 오름길은 430걸음이었다.
중간에 쉬면 더 힘이 들 것 같아 끝까지 한번에 오른다.
다리가 뻐근하다^0^
아무리 갈 길이 멀다해도 이런 멋진 그림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도봉산의 주봉과 암릉들.
저기 멀리 우이암이 보인다.
처음에 우이암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작은 암자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우이암은 암자가 아니라 바위다.
소의 귀를 닮아 牛耳岩.
도봉의 주능선을 따라 우이암 삼거리까지 가는 동안 두 번의 나무계단을 만난다.
처음 430걸음 보다는 짧은 오르막이었지만 역시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힘은 더 든다.
세번째 오르막을 오르는데 허벅지 앞 근육이 뻣뻣해진다.
할 수 없이 중간에서 쉬어간다.
스트레칭을 하고 다리를 굽혔다 폈다 하고는 영양식을 보충하고 다시 간다.
한결 낫다.
외돌개님은 끄떡없다.
오봉과 우이암 갈림길에서 우이암으로 향한다.
항상 오봉방향으로 가서는 송추로 하산했었는데
오늘은 정 반대 방향으로 간다.
우이암을 지나 우이동으로 내려간다.
언제나 눈으로만 바라보는 상장능선.
상장능선 너머 위풍당당한 북한산 주봉들을 배경으로.
우이암으로는 처음 하산하는데 은근히 길다.
하산하는 산님들도 많고.
반대 방향에서 보는 산의 모습은 역시 새롭다.
보는 방향에 따라서 같은 산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다.
우이암 방향으로 하산하다 보니 오봉의 모습이 제대로 잡힌다.
오봉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서.
전망대 역시 나무계단을 올라야 한다.
자운봉과 만장봉을 배경으로.
우이암 직전.
통천문인 모양이다.
우이암(13:50).
우이암 너머로 오늘 산행 들머리인 불암산이 보인다.
멀리도 왔다.
그러나 아직도 멀었다.ㅋ
우이암을 지나 한참을 내려왔는데 아직도 2㎞ 이상 남았다.
힘이 빠진다.
원통사 아래에서 담은 그림.
우이암의 다른 모습.
드디어 사패, 도봉산 하산 완료.
한일교(14:30).
불수사도북 마지막 산행지인 북한산을 오르는 코스도 다양하다.
보통 우이동 교통광장으로 나가 도선사 주차장으로 올라가 하루재, 위문 코스로 가는데
우린 오늘 가장 긴 코스를 택하기 위해 한일교에서 바로 우이령 방향으로 간다.
일단 점심을 먹는다.
식사할 만한 곳을 찾는데 두사람이라서 적당한 곳을 찾기 어렵다.
거의 모두가 오리, 닭, 한우 등을 파는 집들인데 일반적인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산행안내도에 '백란'이라고 표시된 곳을 찾았다.
식당이름이다.
그곳에서 점심특선 한정식으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14:45).
주인이 바뀌었는지 '백란'이라는 음식점이 '예정원'이라는 새 간판을 달고 내부수리를 하고 있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최종적으로 산행 채비를 한다.
물티슈를 얻어 발가락을 닦아 내고는 다시 바세린을 듬뿍 바르고 양말을 갈아 신는다.
허벅지에 에어파스를 듬뿍 뿌리고 수통에 물을 채운다.
그리고는 마지막 북한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오크밸리(음식점) 앞에 있는 육모정 입구 이정표(15:40).
영봉까지 2.6㎞라고 되어있는데 그 거리가 거의 오르막구간이다.
육모정을 향해 된비알을 오른다.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는 것 같은 긴 오르막이다.
평소같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그런 코스지만
11시간 동안 산행을 하고 난 후에 오르는 된비알이라 그리 녹록치가 않다.
역시 쉬지않고 오른다.
쉬면 더 이상 오를 수 없을 것 같아서.
육모정 삼거리에서 잠시 쉬어 간다.
역시 스트레칭을 하고 남아있던 오렌지를 먹는다.
그리고는 또 다시 영봉을 향해 간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육모정에서 영봉까지의 거리가 오늘따라 더 길게 느껴진다.
마음과 달리 걸음은 많이 더뎌졌지만 기도하는 심정으로 꾸준히 간다.
영봉(16:45).
짙은 안개로 북한산의 주봉인 인수봉, 백운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루재로 내려간다.
어두워지기 전에 암릉구간을 지나가려면 조금 서둘러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마음뿐, 걸음은 자꾸 더뎌진다.
외돌개님이 인수암에서 물보충을 하고는
백운산장을 향해 또 오름질을 시작한다.
천근만근이다. 몸은.
백운산장을 향해 오르는데 내려오는 산님이
지금 이 시간에 올라가서 어디로 하산하려느냐고 묻는다.
불광동으로 하산한다고.... 불수사도북 산행중이라고 했더니
우리보고 도깨비라고 하신다^^*
백운산장(17:10).
산장은 벌써 파장이다.
외돌개님 뒤로 청소를 하고 있는 산장지기의 모습이 보인다.
포가리스웨터를 한 캔씩 마시고 위문을 향해 마지막 오름을 시작한다.
역시 숨도 쉬지 않고 위문을 향해 오른다.
위문(17:33).
위문에서 백운대 방향으로 향하는데 외돌개님이 "백운대 갔다가 가시려구요?" 하는 말씀을 하신다.
서로 많이 지치고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기때문에 염려하는 마음으로.
"그냥 갈까요?" 하는 내 물음에 "그럽시다" 라고 대답해 주는 외돌개님의 말이 얼마나 고맙게 느껴지던지.
사실, 외돌개님은 충분히 올라갔다가 갈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이 남아 있었다.
단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엄청난 체력소모로 인한 나머지 구간에서의 산행이 염려되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백운대 주변은 짙은 안개로 잘 보이지도 않았기에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오르다가는 사고를 당할 수도 있었다.
'울고 싶은데 누가 뺨 때려준다'는 격으로 외돌개님의 용단에 힘을 얻었다.
사실, 나도 올라오는 내내 백운대를 접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수사도북 종주에 있어 옥의 티가 될까봐 무리해서라도 찍고 가야지 하는 마음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외돌개님이 결정적인 판단을 해 주신 것이다.
위문에서 산성주능선을 타고 대남문 방향으로 향한다.
만경대 능선길에서 돌아 본 백운대는 안개에 쌓여 희미한 모습이다.
백운대를 다녀오지않아서인지 몸이 가볍다^^*
어두워지기 전에 최대한 많이 가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걷고 또 걷는다.
온 산 안에 외돌개님과 나, 둘 만 있는 것 같다.
대동문(18:15).
카메라를 이정표에 걸어놓고 자동으로 찍었더니 대동문이 달랑 잘렸다.
여전히 표정에 변화가 없으신 외돌개님.
대남문(18:47).
워낙 익숙한 북한산이라서 아직까지는 랜턴없이도 갈 만 하다.
회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당초 7시경 불광동으로 하산 할 계획이었는데 예정보다 많이 늦어졌다.
9시쯤 차 가지고 마중나오시겠단다.
고마우신 우리 회장님^^*
청수동암문(18:55).
사모바위(19:20).
사모바위 앞에서 랜턴을 준비한다.
비봉을 지나면서 회장님께 전화를 건다.
8시 30분쯤이면 하산 할 것 같다고.
북한산은 암릉 구간이 많아서 야간산행하기에는 위험한 곳이다.
특히, 하산 할 경우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늘 다니는 길이기는 하지만 자칫 잘못해서 발목이라도 겹질리게 되면 낭패를 당하게 된다.
딛는 발에 주의하면서 조심해서 간다.
쪽두리봉 갈림길(20:15).
코스대로라면 불광동 대호아파트 방향으로 내려서야 하는데
대호아파트 방향으로는 한번도 가 보질 않아서 코스를 제대로 찾지 못했다.
대호아파트가 어디에 있는 지는 알겠는데 그 방향으로 가는 등로는 찾을 수 없었다.
날이 환할 때였다면 대충 짐작으로 찾아 갈 수 있었을텐데 어둠이 모든 것을 접게 만들었다.
그냥 안전하게 넓게 뚫린 등로를 따라 내려간다.
얼마쯤 내려오니까 불광매표소와 정진매표서가 갈라지는 이정표가 나왔다.
누가 친절하게도 정진매표소 푯말 뒷면에 독바위역이라고 써 놓았다.
KoAm님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어느 방향으로 하산중이냐고.
회장님과 함께 마중을 나온 모양이다.
반갑고 고맙다^^*
정진매표소(20:35).
정진매표소로 나오면서 오늘의 길고 긴 산행을 마무리 한다.
참으로 힘 든 산행이었다.
그동안 한 산행 중 가장 힘 든 산행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뿌듯한 산행이었다.
함께 산행한 외돌개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새벽부터 늦은 저녁시간까지 우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신 회장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사실 오늘 산행을 감행 할 수 있었던 것은 회장님의 지원 덕분이다.
늦은 시간, 마중까지 나오시고 맛있는 저녁까지 사 주신 KoAm님께도 감사드리고,
기도로 후원해 주신 우리 산방식구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가장 큰 감사는 이런 건강을 허락해 주시고,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해 주시고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 산행코스 : 불암산 청록약수터 - 불암산 - 덕능고개 - 수락산 - 도정봉 - 동막골
- 사패산 범골 입구 - 사패산 - 포대능선 - 도봉산 자운봉 - 우이암
- 한일교 - 우이령 삼거리 - 육모정 - 영봉 - 위문 - 청수동암문 - 비봉
- 쪽두리봉 - 정진매표소(독바위역).
◆ 산행시간 : 16시간(식사시간 2시간 포함, 산행인원 2명).
◆ 산행 Tip : 불수사도북 산행중 가장 위기 순간은 수락산 하산을 완료하고 아침식사를 하고 난 후였다.
괜한 짓을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포기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패, 도봉산 산행을 마치고 난 후에는 이제 북한산 하나 남았다는 생각에
마지막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역시 모든 산행은 어렵고 힘이 든다.
특히, 이와 같은 장거리 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평소 꾸준한 자기 관리와 체력 운동,
그리고 충분한 산행경험과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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