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15. 20:51ㆍ등산/북한산
느즈막히 일어나 여유있게 산행 준비를 한다.
엊그제 주말, 북한산의 멋진 설경을 생각하면서 집을 나선다.
오늘은 단독산행이다.
얼마만인가?*^^*
여유가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허전하다.
구파발역 주변에는 오늘도 변함없이 북한산을 오르려는 산님들로 복잡하다.
34번 버스를 타고는 사기막골로 향한다.
오늘은 사기막골을 들머리 삼아 송전길을 따라 영봉으로 오르려고 한다.
설 연휴라서인지 공단 직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굿당 사이로 난 등로로 들어선다.
이곳은 공식 탐방로는 아니다.
깨끗한 눈 위에 산님들의 발자국이 나 있다.
그 자국을 따라 오른다.
지난 여름 우리 산방식구들과 함께 하산했던 기억을 더듬으며 등로를 찾아 나간다.
눈에 익은 장소들이 보인다.
얼마쯤 올라 시야가 터지는 곳에서 영봉 방향을 돌아보는데
송전탑이 저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너무 많이 올라온 듯 해서 다시 내려가 고압선을 따라 계곡으로 내려선다.
아무도 지나간 흔적이 없다.
10여분간 계곡을 헤매다가 다시 돌아나와서 그냥 사기막 능선으로 간다.
내려오다가 확인해 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해골바위가 있는 전망대바위로 오를까 하다가
왼쪽으로 돌아나가는 코스가 눈에 띄어 무작정 그리로 들어선다.
전망대 바위 옆에 있는 영장봉 안부를 돌아나가는 코스다.
이 코스도 오랜만에 간다.
왠지 낯 설다.
등로가 눈으로 덮혀 있어 더욱 낯설게 느껴진다.
얼마쯤 진행하자 시야가 트이면서 인수봉이 보인다.
오늘은 저 인수봉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기 위해 영봉을 가려는 것이다.
영장봉 안부를 돌아나가는 코스에는 눈이 제법 많이 쌓여 있다.
해가 잘 들지 않는 곳이라서인지 발목까지 푹푹 빠진다.
인적도 드물어서 아주 한가롭게 산행을 한다.
겨울산행을 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
설산을 산행하는 경우, 선두로 올라가는 것과 중간이나 후미로 가는 것의 차이를.
아무도 가지 않은 곳을 선두로 올라갈 때는 무척 힘이 든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길을 바로 잡아 나가야 하고,
발이 눈에 푹푹 빠지면서 미끄러지기도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2배 이상의 힘이 든다.
하지만 누군가 앞 서 간 코스를 뒤따라 가는 경우에는 식은 죽 먹기다.
앞 사람이 걸어간 발자국만 그대로 따라가면 되는 것이다.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가끔씩 내가 가는 코스가 맞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누군가의 수고로 다른 누군가가 편안함을 누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세상 일이라는 게 혼자해서 되는 것은 없다.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수고가 있음으로 해서 다른 누군가가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도움으로 오늘의 내가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괜시리 내가 알고 있는 여러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모처럼 혼자 산행하면서 큰 깨달음을 얻는다^0^
아무튼, 처음에 의도했던 코스와는 조금 다른 코스로 오게 되었지만 영봉 근처를 향하고 있다.
인수봉 안부를 돌아나가면서 인수의 다른 모습들을 담아 본다.
인수 정상에 해가 걸려 있다.
저기가 바로 오늘 내가 가려고 하는 영봉이다.
인수봉 잠수함 바위에 눈길 한번 더 주고.
인수봉 안부를 돌아나왔더니 14구역이라는 푯말이 있는 곳으로 나오게 되었다.
인수봉 암벽등반을 하는 친구들이 야영을 하는 곳이다.
양갱 하나를 먹고는 바로 영봉으로 향한다.
날이 포근해서 셔츠바람으로 등반을 한다.
하루재에서 영봉을 오를 때 마다 하루재에 있는 이정표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봉까지 0.2킬로, 그러니까 200m라고 표시가 되어 있는데
올라가보면 절대로 200m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훨씬 더 길다.
바로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 오늘 영봉을 오르는 것이다.
용암봉에서부터 이어지는 북한산의 마루금들.
위풍당당한 인수.
영장봉과 건너편 노고산.
상장능선.
만경대와 인수봉.
인수를 배경으로 인증 샷!!!
코끼리 바위(뒷모습).
멀리 도봉산의 주봉들과 우이암으로 이어지는 능선.
이처럼 영봉에서의 조망은 정말 멋지다.
특히, 인수의 모습을 가장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영봉이다.
다시 하루재로 내려가서 백운산장을 향해 오른다.
인수봉을 다시 한번 담는다.
잠수함 바위가 이곳에서는 백조의 머리 같아 보인다^^*
백운산장은 식사하는 산님들로 복잡하다.
날이 포근해서 지붕의 눈이 녹아 떨어진다.
위문으로 향하지 않고 V계곡 방향으로 올라간다.
중간쯤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한다.
오랜만에 혼자 식사를 하려니 왠지 썰렁하다^0^
V계곡은 밤골에서 올라오는 산님들로 복잡하다.
30명은 족히 될 듯한 산님들이 단체로 온 모양이다.
올라오는 코스가 눈이 많이 쌓여 있고 얼어 있어서 한사람씩 올라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양해를 구하고 먼저 내려간다.
장비를 보니 모두가 다 프로들 같은데 산행실력은 그다지 신통치 않은 것 같다.ㅎㅎ
V계곡을 향해 오르는 깔딱고개도 하얀 눈이 곱게 내려 있다.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오히려 편안하게 내려간다.
대동샘. 오늘은 한산하다.
시간이 조금 늦어서이리라.
깔딱고개를 내려와서는 다시 숨은벽 방향으로 오름질을 한다.
오늘의 마지막 오름이다.
인수와 숨은벽 그리고 백운대의 멋진 설경을 보기 위함이다.
염초능선에서 백운대로 이어지는 능선은 한 폭의 수묵화다.
언제 봐도 늠름한 인수와 숨은벽.
항상 같은 모습이지만 늘 새롭고 멋진 모습이다^^*
상장능선 너머 도봉산.
오봉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역시 멀리서 봐야 더욱 멋지다.
인수 설교벽.
오늘 산행의 테마는 인수다.
파랑새 능선.
영장봉.
이 장면을 안 찍을 순 없다^^*
이 장면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런지 모른다.ㅎㅎ
태극기가 힘차게 휘날리는 백운대에는 오늘도 많은 산님들이 올라가 있다.
서둘러서 하산을 한다.
원점회귀 산행을 왠만해서는 하지 않는데 오늘은 무조건 원점회귀한다.
올라올 때 놓쳤던 송전길을 확인하기 위해서.
무언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부터
더 이상 그 무언가에 대해서 알 수 없게 된다는 글이 생각이 났다.
북한산.
나름대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다.
가고자 했던 코스도 제대로 못 갈 정도니 아직 멀었다.
10년은 더 다녀야 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기막골로 향한다.
저 앞에 원효봉이 보인다.
그리고 또 마루금들.
눈이 와야만 볼 수 있는 마루금들.
이런 모습을 보면 마루금을 따라 마냥 걷고싶어진다.
오늘 산행에서의 터닝 포인트.
아무 생각없이 그냥 우측으로 올라갔으면 전망대 바위를 지나 V계곡을 넘어 위문으로 올라가서
북한산 주능선을 조금 타다가 산성입구로 하산했을텐데
그냥 눈에 들어온 좌측 길로 가는 바람에 한동안 가보지 않았던 좋은 코스로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순간의 선택이.........
사기막골로 원점회귀하면서 올라가다가 놓쳤던 송전길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조만간 다시 와서 송전길을 꼭 걸어봐야겠다.
그 때도 오늘처럼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 산행한 코스, 정말 맘에 들었다.
올 겨울이 가기 전 한번쯤 더 오고 싶다.
그때는 우리 산방식구들과 함께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산행코스 : 사기막골 - 영장봉 안부 - 인수봉 안부 - 인수대피소 - 하루재 - 영봉
- 백운산장 - V계곡 - 사기막능선 - 사기막골.
◆ 산행시간 : 4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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