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8. 13:29ㆍ등산/지방산
2014. 10. 4. 영축산 정상 아래 비박사진.
누군가의 가슴을 설레게한 이 한 장의 사진에서부터
오늘의 영알 비박산행이 시작됩니다.
2015. 6. 5(금). 23:10.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영남알프스 비박산행을 가기 위해 울산행 고속버스에 오릅니다.
몇 차례 영알 비박을 다녀오신 큰형님과
작년 10월 영알 태극종주산행이후 오늘을 꿈꿔왔던 일산님,
그리고 얼떨결에 묻어가는 저까지... 3명이서 무거운 배낭과 함께 버스에 오릅니다.
버스는 우등고속으로 강남에서 울산까지 4시간 20분이 소요됩니다.
우린 울산고속버스터미널 가기전 신복정류소에서 03:10경 하차합니다.
신복로터리에서 길을 건너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타고 배내고개로 이동합니다.
신복로터리에서 배내고개까지는 약 32㎞ 정도입니다.
배내고개에서 장비를 점검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03:45).
밤 새 거의 잠을 못자고 달려 내려왔음에도 표정들이 밝습니다.
우린 오늘 배내고개에서 시작해서 능동산을 먼저 오릅니다.
능동산 입구에 있는 안내판이었는데
찍고 보니까 이틀동안의 코스가 모두 나와 있네요.
현위치에서 시작해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빙 돌아서 내일 이 자리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깜깜한 어둠을 뚫고 세 남자의 영알 비박산행이 드디어 시작됩니다.
하늘에선 밝은 달이 우리가 걸을 등로를 비춰주고 있습니다.
오늘 울산지역 일출시간이 5시 7분이니까 금방 환해질 겁니다.
이정표가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배내고개에서 능동봉까지는 1.7㎞입니다.
등로도 완만한 편이라 30분 정도면 충분한 거리이지요.
하지만 우린 모두 약 15㎏ 정도의 배낭을 메고 있습니다.
능동산 직전에서... 빛이 부족하네요.
작년 영알 태극종주할 때 운문산과 가지산을 넘어와
석남터널방향에서 다시 올라오는 곳과 만나는 지점입니다.
울산 앞 바다가 붉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능동산(983m)... 04:23... 역시 빛이 부족합니다.
당초 계획은 능동산 지나 쇠점골약수터에서 아침식사를 할려고 했었는데
시간도 이르고 아침식사를 하려다가는 일출을 놓칠 것 같아
조금 더 가서 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능동2봉을 오르려고 했는데 숲이 우거져서 초입을 지나쳤습니다.
능동2봉에서 일출을 보려고 했었거든요.
그래도 다행히 능동2봉에서 내려오는 코스를 찾아 거기서 올라갑니다.
운문산과 가지산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습니다.
작년 생각에...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참 대단한 일을 했었지요... 우리 산.사.모.
해 뜨기를 기다립니다.
상쾌한 느낌... 아주 좋습니다.
어떤 자료에 의하면 해뜨기 전... 이런 정도를 시민박명이라고 합니다.
해는 뜨지 않았지만 사물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밝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곧 떠 오를 해를 기다리며 주변을 조망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앞에 시커먼 봉우리가 능동산인데 아무래도 해가 거기서 뜰 것 같네요.
바다에서 뜨는 해가 보고 싶은데...^0^
점점 환해지고 있습니다.
하늘엔 달님도 아직 떠 있네요.
금방이라도 해가 떠오를 분위기입니다.
드디어 붉은 해가 능동산 너머로 살짝 고개를 내밀었습니다(05:11).
일출감상을 하는 동안 몸이 따뜻해집니다.
일산님은 실시간으로 band 중계를 하느라 바쁩니다.
큰형님도 형수님께 영알의 일출을 보내고 계시네요.
일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는 샘물상회로 이동합니다(05:17).
이슬을 흠뻑 머금은 숲이 아침맞이로 부산합니다.
앞 서 가는 일산님과 큰형님의 뒷모습에 작년 산사모 식구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네요.
작년에는 무척 힘이 든 상태였었지요.
나무유진님이 하던 말이 생각나네요.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고... 샘물상회 가는 길이 맞는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구요.
그 정도로 힘이 들었었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오늘은 가뿐합니다.
산행시작한지 고작 1시간 30분 정도 밖에 안되었으니까요.
재약산과 천황산이 보입니다.
마른 억새대만 무성하구요.
샘물상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갑니다(05:52).
아침은 큰형님이 준비해 오신 누룽지입니다.
한 봉다리가 3~4인분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두 봉다리를 끊여서 다 먹었습니다.
절반 이상을 제가 먹은 것 같네요.
식사중에 샘물상회 주인장이 일어나셔서 개시해줘야 한다고 하셔서
도토리묵을 하나 시켰습니다.
안 먹어도 되었지만 장사하는 집이니까 그냥 지나치기에 미안했지요.
자리세라도... ㅎㅎ
샘물상회에서 천황산으로 바로 오르지 않고
일단 천황재로 가서 무거운 배낭을 풀어놓고 오르기로 합니다.
이렇게 하게 된 것도 큰형님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굳이 무거운 배낭을 계속해서 메고 다닐 필요는 없는거니까요.
재약산과 천황산 가운데 천황재 데크가 보입니다.
그리로 갑니다.
마른 억새대만 무성하지만 그래도 아주 멋진 길입니다.
정면으로 재악산이 보이고...
우측으로 천황산이 보입니다.
날씨는 정말 환상적입니다... 아기하마님 덕분이지요...^0^
천황재에서의 조망도 아주 멋지네요(07:16).
무거운 배낭을 풀어놓고 잠시 쉬면서 아침햇살을 온몸으로 받습니다.
지나온 능동산과 밀양 얼음골에서 올라오는 케이블카관련 시설물이 보이네요.
운해도 장관입니다.
사자평이 이런 의미라네요.
이제 빈 몸으로 천황산을 오릅니다(07:22).
천황산 정상을 사자봉이라고 하지요.
몸이 날아갈 듯이 가볍습니다.
재약산을 돌아봅니다.
이 넓은 산에 우리 세 명 뿐인 듯 합니다.
멋진 그림이 펼쳐집니다.
일산님과 큰형님도 스맛폰을 꺼내서 멋진 그림을 담습니다.
큰형님께서는... 날 정말 잘 잡았다고... 계속 말씀하십니다.
이게 다 아기하마덕분이라니까요...ㅎㅎ
글이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림입니다.
운해와 산의 바다... 그 가운데 우리...
천황산 정상... 사자봉... 1,189m... (07:49).
사자봉에 오르니 또 다른 그림들이 펼쳐집니다.
마냥 머무르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남기고 내려갑니다.
천황재에서 재약산을 오릅니다(08:30).
역시 작년 기억이 생생하게 떠 오르네요.
재약산을 오르는 이 시간이 무척 힘 든 시간이었지요.
재약산 정상을 찍고 다시 돌아나와 주암삼거리로 가야 합니다.
작년에 여기서도 갈등이 많았던 곳이지요.
200m를 찍고 나오느냐 마느냐...ㅎㅎㅎ
천황산을 돌아봅니다.
재약산 정상에서...
작년 영알태극종주때 함께하지 못해서
이제서야 큰형님 인증샷을 찍어 드리게 되었네요.
재약산... 1,108m... (08:54).
사자평 너머로 앞으로 가야 할 구간이 보입니다.
우측으로 영축산에서부터 가운데 신불산 왼쪽 간월산...
산에 우리 뿐이라 단체사진은 모두 셀카입니다.
재약산 정상에서 바로 표충사로 이어지는 능선입니다.
이번에도 표충사는 눈으로만 담아 갑니다.
이제 재약산을 내려갑니다(09:02).
너무 빨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큰형님이 선두대장이신데 아우들 생각하지 않으시고 그냥 내빼시네요.
큰형님의 리딩으로 고사리분교 방향으로 갑니다.
작년 태극종주때는 죽전삼거리에서 향로산 방향으로 갔었습니다.
물론, 조금 가다가 다시 만나게 됩니다.
습지탐방로를 만드느라고 등산객 출입금지라는 안내판이 있었습니다.
습지탐방로 조성보다도 계곡 보수공사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았는데 말이죠.
재약산이 배웅해주고 있네요.
재약산 우측으로 천황산이 조그맣게 보입니다.
역시 멋진 그림입니다.
날씨 정말 좋구요... 하기하마님 덕분에!!!
죽전삼거리까지 가는 길은 아주 편안한 코스입니다.
영알 종주코스중에 가장 좋은 길인 듯 합니다. 잠깐이지만요.
사실 영남알프스 코스는 풍경에 취해 그냥 가긴 하지만 아주 척박한 편입니다.
기억에 남는 이정표를 만났네요...ㅎㅎㅎ
잠시 쉬어 갑니다(10:16).
큰형님께서 하루 견과를 나누어 주시네요.
이런 속도로 가면 오늘 바로 배내고개로 하산해서 올라갈 수도...
하지만 이번 산행의 목적은 '비박'이기때문에 속도조절을 합니다.
작년... 그렇게 길고도 멀었던 1.8㎞를 내려갑니다.
아!!! 다행히 금요일 이곳에도 비가 내려서 등로가 촉촉해서 아주 좋았습니다.
환할 때 내려와서 작년보다는 수월했지만 역시 길었습니다.
큰형님의 트랭글 자료에 의하면 거리도 1.8㎞가 맞다고 하시네요.
이제 청수골을 거쳐 영축산을 올라야 합니다(11:01).
내려오니까 무척 뜨겁네요.
작년에 묵었던 파래소유스호스텔 가기 전에 좌측으로 계곡을 건넙니다.
청수좌골로 들어섭니다.
역시 입구에는 출입금지라고 되어 있습니다.
작년에는 산악회 시그널이 많이 달려 있었는데 그것도 다 없애 버렸습니다.
물 좋은 청수골도 가뭄의 영향이 심각합니다.
청수골 들어서자마자 점심을 준비합니다(12:03).
점심은 라면 2개와 전투식량입니다.
식사후, 탁족도 하고 다시 산행을 준비합니다.
이제보니 오늘 세수를 지금에서야 했네요...ㅋ
어쩌면 이번 비박산행에서 가장 힘 든 코스를 지금부터 오르게 됩니다(13:17).
작년에 우리 산사모 식구들과는 청수좌골을 따라 올라갔는데
오늘은 큰형님께서 좋은 코스로 리딩하신다 하시면서
청수좌골 왼쪽에 있는 백팔등이라는 능선산행을 추천하십니다.
그래서 가보지 않은 코스라 그리로 올라가기로 했는데....
청수골에서 식사를 하고 계곡을 건너자마자
철조망을 따라 앞에 있는 가파른 등로를 올라갑니다.
가파른 등로라고 해 봐야 조금 오르다보면 다시 평지를 만나게 되는 법인데
백팔등으로 올라서는 등로는 어지간해서 능선이 나타나지를 않습니다.
점심식사를 하고난 후라 더욱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쉬었다가면 더 힘들것 같아 그냥 올라갑니다.
입에서는 저절로 숫자를 세기 시작합니다.
보통 산행중 힘이 들면 저도 모르게 숫자를 세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 숫자가 끝이 없습니다.
700을 넘고 800을 넘었는데도 능선이 나타날 생각을 않습니다.
잠시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돌아보니 청수골 마을이 보이네요.
바닥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낙엽이 산객의 발길이 뜸함을 보여줍니다.
처음에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등로가 어두컴컴하고 짐승의 배설물들이 군데군데 보여서
꼭 멧돼지라도 나타날 것 같았거든요...^0^
원래는 저 위로 지나갔어야 하는데
배낭이 너무 무거워서 그냥 우회하였습니다.
암튼...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오름을 몇 차례 오르고 나니까
이런 풀밭이 나오면서 능선이 눈에 들어오네요.
진짜 땀 좀 흘렸습니다.
영남알프스하면 억새산행을 떠올리게 되고
늘 그 억새길을 따라 산행을 하게 되었는데
백팔등 코스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다 보니까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도
북한산과 마찬가지로 등로가 아주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서야 눈에 익숙한 그림이 나타났습니다(15:01).
영축산에서의 빡센 산행을 원하시는 산객에게 권하고 싶은 코스입니다.
영축산 백팔등 능선.
큰형님 말씀으로는 양쪽으로 조망이 좋은 코스라 하셨는데
지금은 녹음이 짙어서 조망이 전혀 없었습니다.
청수좌골로 올라오면 만나게 되는 습지입니다.
작년에 여기서 식구들 기다리다가 바람이 엄청 불어서 얼어죽을 뻔 했던 곳이지요...^0^
좌측으로 신불산이 시커먼 모습으로 보이네요.
앞에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이 백팔등 능선입니다.
아래에서부터 올라오게 되면 땀 좀 흘릴만한 코스입니다.
단조산성을 오릅니다.
금빛 억새물결이 배경이었다면 더욱 멋있었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단조산성의 흔적들입니다.
영알 비박산행에서 단조산성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영축산 정상이 코 앞에 보입니다.
단조산성을 넘어와 억새밭에 배낭을 풀어놓고 물을 찾아 나섭니다.
큰형님의 기억을 더듬어 물길을 찾아 갑니다.
산행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단조샘을 찾았는데 물이 거의 말랐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않고 물을 찾아 물길을 따라갑니다.
사실... 물을 찾지 못하면 큰 낭패에 빠지게 됩니다.
저녁식사는 고사하고 마실 물도 부족했었거든요.
다행히 큰형님의 기억대로 물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뭄때문에 많이 말라 있었지만 그래도 먹고 씻기에 충분한 정도였습니다.
준비해 간 물통에 물을 채워서 다시 배낭을 풀어놓았던 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오늘 영축산 아래서 비박을 하기로 합니다.
신불재까지 충분히 갈 수도 있었지만
목욕때문에 비박장소를 영축산 아래로 잡았습니다.
2014. 10. 4. 환상적인 그림을 기억하며 비박장소를 찾습니다.
바로 이 곳.
작년 사진과 같은 장소에 우리도 텐트를 설치합니다(16:38).
그리고는 빈 몸으로 영축산을 오릅니다.
아~~~ 그림 좋네요~~~^0^
영축산을 오르면서 돌아보는 비박지... 정말 예쁜 그림입니다.
영축산 정상... 1,081m... (17:05).
오전에 걸었던 천황산과 재약산 위로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비박지를 배경으로...
저 아래 우리 텐트가 보입니다...^0^
마침 산객이 있어서 한 컷 부탁했습니다.
잘 찍어 주셨네요.
비박지로 다시 돌아와 목욕을 하고 오기로 합니다.
갈아입을 옷을 챙겨서 아까 봐두었던 곳으로 다시 내려갑니다.
비박산행에서의 일정은 물을 중심으로 계획을 세워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그냥 자게 되어도 할 수 없지만
하루종일 땀에 젖은 몸을 씻을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행복이지요.
깨끗이 씻고 비박지로 돌아옵니다.
영축산 정상이 환하게 보입니다.
아래 마을 너머로 동해바다... 눈이 부십니다.
참 평화로운 분위기입니다.
몸은 조금 힘이 들었지만 맘은 아주 여유롭습니다.
비박지에도 저녁햇살이 비치고 있습니다.
깔끔하게 단장하고 저녁식사를 합니다(19:05).
오늘 저녁 주메뉴는 삼겹살입니다.
큰형님께서 고기 언제 익나... 바라보고 계시네요.
모두 배가 출출할 때입니다.
가능하면 배낭의 무게를 줄여야 했기때문에 식단은 조촐합니다.
삼겹살 900g, 곰취, 산나물짱아찌, 파김치, 그냥 김치, 마늘, 고추장...
삼겹살 900g이면 모자라지 않을 줄 알았는데
큰형님께서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시는 바람에 아슬아슬했습니다.
바닥에 떨어져 흙이 묻은 고기 두 점까지 알뜰하게 해치웠습니다.
식사중에 해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일출에... 운해에... 석양까지... 종합선물세트입니다.
마무리는 햄라면으로...
똑딱이라 멋진 밤하늘과 분위기있는 비박지를 담을 수는 없었지만...
우리의 첫날 밤은 이렇게 깊어 갔습니다(20:20).
긴 하루의 일정을 마감합니다.
비박산행... 낭만적인 단어입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물론, 비박만을 목적으로 하면 그야말로 낭만적이지만
우리처럼 영남알프스 환종주를 겸해서 하는 경우에는
거기에 따른 댓가도 만만치 않다는 현실을 꼭 기억해야겠습니다...^0^
▶ 오늘 코스
배내고개 - 능동산 - 샘물상회(아침식사) - 천황재 - 천황산
- 천황재 - 재약산 - 죽전삼거리 - 죽전마을 - 청수골(점심식사)
- 영축산 백팔등 - 단조산성 - 영축산(저녁식사) - 약 26㎞.
2일차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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