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성삼재~세석~천왕봉~중산리(110204-110206)

2011. 2. 8. 22:47등산/지리산

 

겨울 지리산이 보고 싶어 지리산으로 간다.

다행히 설 연휴를 이용할 수 있어 금기(?)를 깨고 간다.

 

아내와 함께 2/4(금) 저녁, 동대문 종합시장 주차장으로 간다.

작년 여름 무박 산행으로 지리산을 갈 때 함께 갔었던 유명산우회를 이용해서

이번에는 1무 1박 3일의 일정으로 지리산 종주에 나선다.

 

저녁 10시 동대문을 출발한 버스는 양재에서 나머지 일행들을 태우고

밤 새 안개가 짙게 깔린 고속도로를 달려

새벽 2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구례쪽 어느 식당 앞에 도착한다.

 

산행을 위해 맛 없는 설렁탕을 억지로 한 그릇씩 먹고는

다시 버스를 타고 산행 들머리인 성삼재로 이동한다.

원래 뱀사골 부근인 반선에서 새벽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폭설로 반선에서 성삼재 방향으로는 버스가 올라가지를 못한다고 한다.

 

성삼재에서 인증 샷을 찍고 산행 시작(03:35).

 

지난 주 지리산 종주했던 사진들을 봤을 때는 무척 추워 보였는데

오늘은 바람이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다.

그래도 완전무장을 하고 등반을 시작한다.

 

하얀 눈이 수북히 쌓여 있는 넓직한 도로를 따라 노고단 고개에 도착(04:31).

똑딱이 카메라의 플래시가 션치 않아 사진이 흐릿하다.

 

 

노고단 고개에서 임걸령을 향해 간다.

보통 때 같으면 작은 돌들이 박혀 있는 너덜 길을

헤드랜턴에 의지해서 조심스럽게 가야 하는 코스인데

겨울이라 눈이 덮혀 있어 등로가 아주 편안하다.

 

임걸령 샘물은 구경도 못하고 반야봉을 올랐다 갈 생각이었지만

너무 일찍 산행을 시작하는 바람에 깜깜해서 그냥 지나간다.

 

삼도봉(06:07).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의 분기점.

동판에 새겨져 있는 글귀처럼 하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 본다.

 

서서히 여명이 비치면서 저 멀리 천왕봉이 보인다.

 

헤드랜턴을 풀렀더니 머리가 아주 날아갈 듯 가볍다.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연하천을 향해 간다.

 

연하천 대피소를 향하던 중 등로에서 뜻하지 않게 일출을 만난다(07:28).

 

땡겨도 보고.

 

떠오르는 햇살의 따사로움을 온 몸으로 느낀다.

 

노각나무.

나무가 너무 멋지게 생겼다.

 

이런 나무 데크를 만나면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다는 뜻이다.

눈으로 나무 데크는 보이지도 않는다.

 

햇살 가득한 연하천 대피소(08:08).

 

연하천 대피소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

쌀쌀했었는데 따뜻한 라면 국물을 마시고 나니 몸이 따뜻해 진다.

 

 

이제 벽소령을 향해서 출발.

 

쌍계사 방향.

운무속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는 지리산.

 

얼굴에 피곤이 가득하다^0^

 

이런 모습을 보러 지리산을 오른다.

겨울이라 지리산의 속살을 구석구석 볼 수 있어 좋다.

 

봐도 봐도 싫증나지 않는 그림.

 

형제봉 중간에 재밌는 모양의 바위가 있다.

 

영신봉 너머 촛대봉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 능선.

 

고사목 너머로 천왕봉을 담아 보고.

 

마천면 삼정리 마을.

산 아래는 벌써 봄내음이 나는 듯 하다.

 

바위에 올라 조망을 하고 있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내.

 

뒤로 보이는 풍경이 아늑하다.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파아랗고.

 

넘어 온 형제봉을 돌아보고.

 

지리산 종주 중인 어느 가족을 만나 커플 샷 한장 찍고.

 

푹신한 눈길을 따라 벽소령을 향해 간다.

 

벽소령 대피소(10:53).

 

엊저녁 내려오는 차 안에서 유명산우회 백대장님 가라사대

늦어도 오후 2시까지는 벽소령을 지나가야 한다고 했는데 3시간 이상이나 빨리 도착했다.

앉아서 한참을 쉰다. 간식도 먹고.

 

내가 볼 때 지리산 대피소 중 가장 예쁜 대피소가 벽소령 대피소다.

 

조금씩 조금씩 깨어 나고 있는 지리산의 모습이 자꾸만 시선을 붙잡고.

 

벽소령 대피소 인근 등로는 그야말로 동네 뒷산 산책로처럼 편안하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바위들.

따사로운 햇살에 쟈켓도 벗고 셔츠 차림으로 간다.

 

나무 의자에 앉아 잠깐 쉬어도 가고.

 

뭐라 표현해야 좋을까.

 

아직도 얼굴엔 피곤이 가득하다.

 

덕평봉을 올라 선비샘을 지난다.

선비샘은 꽁꽁 얼어 있다.

 

 

칠선봉(13:06).

왼쪽으로 내일 가야 할 천왕봉이 보인다.

 

촛대봉 방향으로.

 

나도 한 컷.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길.

역시 지리산은 어머니 같은 산이다.

 

군데군데 솟아 있는 바위들이 앙증맞으면서 푸근한 느낌이다.

 

오늘 산행은 세석 대피소까지.

 

이제 마지막으로 영신봉을 오른다.

 

무박 종주를 할 때는 이 계단이 얼마나 힘들었던지.

오늘 세어보니까 200개도 안된다.

 

한없이 넉넉한 지리산.

 

계단을 다 올라와서.

 

끝없이 이어지는 능선들.

 

천왕이 한번 더 담고.

 

영신봉(13:55).

 

촛대봉 아래 세석평전.

 

세석평전 그 아래 오늘 하루 묵을 세석대피소.

 

깨끗한 하늘 아래 예쁜 그림들.

 

바닥엔 눈이 제법 있는데 포근한 날씨때문에 상고대는 볼 수 없다.

 

세석대피소에 도착하자마자 식사를 준비한다.

씻어 온 쌀로 밥을 안친다.

참으로 오랜만에 산에서 식사 준비를 한다.

 

삼겹살과 함께 아주 이른 저녁 or 점심을 먹는다.

 

세석대피소 샘터에서는 물이 쓸 만큼 나온다.

내일 아침에 사용할 물을 미리 받아 둔다.

 

 

산행 내내 구름 한점 없던 하늘에 실구름들의 모습이 보인다.

 

17시에 자리표와 모포를 받아가지고는 일찍 들어가 잠을 청한다.

잠자리가 설어서 피곤한데도 잠은 오지 않는다.

계속 들락거리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떠드는 소리 등으로 머리만 아프다.

 

21시쯤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아직도 밖에서는 산님들이 이야기꽃들을 피우고 있다.

 

올려다 본 하늘에서는 별이 쏟아져 내리고.

나와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리온 별자리가 바로 머리 위에 떠 있다.

 

22시쯤부터 잠깐 잠이 들은 모양이다.

인기척에 깨어보니 새벽 2시가 조금 넘었다.

부지런한 산님들은 벌써부터 산행준비를 한다.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출발하려는 모양이다.

아내와 나는 애당초 천왕봉 일출을 볼 생각이 없었다.

푹 자고 일어나서 환할 때 출발하기로 했다.

새벽 3시경 취사장에 들어가보니 벌써 북적북적하다.

 

다시 대피소로 들어와 잠을 청한다.

새벽 4시쯤부터는 다시 대피소 안이 조용해져서 잠이 잘 온다.

 

6시에 일어나 아내에게 문자를 보내고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

아침은 라면에다가 어제 저녁에 먹다 남은 밥을 함께 넣고 끓여서 먹는다.

반찬도 다 떨어져서 아내가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음식이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0^

 

 

촛대봉 쪽 하늘이 밝아오고 있다.

 

천왕봉에서의 일출만은 못하겠지만

촛대봉에서라도 일출을 보기 위해 부지런히 나선다(07:16).

 

잠을 제대로 못 잔 아내의 얼굴이 조금 부어 있다.

 

촛대봉(07:30)

해는 떳는데 구름 사이에 숨어 있다.

 

구름때문에 천왕봉에서도 일출을 제대로 보지 못했을 것 같다.

 

여명가운데 깨어나고 있는 지리산.

 

어제는 하늘이 구름 한점 없었는데

오늘은 살짝 구름이 끼어 있다.

 

삼신봉(08:02).

어제보다 바람도 많이 분다.

 

이제 연하봉을 향해 간다.

칼바위골 너머로 천왕봉이 보이고.

 

아름다운 그림이다.

 

아기자기한 바위 군상.

 

오늘은 하늘에 자꾸 눈이 간다.

 

연하봉(08:13).

이정표가 눈에 파 묻혀 있다.

 

고래 한마리가 바위 위에 엎드려 해바라기를 하고 있고.

 

연하봉.

하늘 향해 울부짖는 바위 모습.

연하천은 지리산 서부에 있는데

연하봉은 왜 여기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고.

 

지나 온 연하봉을 배경삼아.

 

장터목 대피소(08:27).

카메라 배터리만 교체하고 바로 제석봉을 오른다.

 

제석봉 고사목 지대.

오늘은 고사목 보다 하늘이 더 멋지다.

 

장갑 벗고 마스크 벗기 싫어서 사진을 안 찍으려고 하는 아내를 불러 세운다.

이런 멋진 그림을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우니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사목.

제일 높은 거.

 

제석봉 전망대.

제석봉 올라가는 길은 바람이 얼마나 심한지 눈이 거의 없다.

다 날려서.

 

전망대에서 지나 온 능선길을 돌아본다.

 

가장 멀리 엉덩이처럼 생긴 봉우리가 반야봉이다.

그리고 반야봉 왼쪽으로 노고단이 자리하고 있는데

구름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어제부터 참 멀리도 왔다.

 

천왕봉이 어서 오라고 부른다.

 

제석봉에서 천왕봉을 배경으로(08:50).

 

정상을 향해.

 

통천문을 지나고.

 

벌써 천왕봉 일출들을 보고 모두들 내려간 모양이다.

등로가 한산하다. 

 

눈보라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늠름하게 버티고 서 있는 구상나무.

 

복면강도.ㅋ

 

드디어 정상(09:16).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정말로 지리산처럼 넉넉한 마음을 품었으면 좋겠다.

 

정상 인증 샷.

오늘처럼 천왕봉이 한산할 때도 있구나^0^

 

커플 샷.

 

한장 더.

 

당초 산행을 나설 때는 천왕봉에서 대원사 방향으로 하산하려고 했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인해 중산리로 하산하기로 한다.

 

대원사 방향 등로가 러셀이 안 되어 있을까봐 미리 마음을 접었었는데

천왕봉에서 보니까 하산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아 보였다.

세석에서 조금 더 일찍 출발했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으로 중산리로 하산한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개선문(09:49). 

 

겨울이라 조망이 좋다.

새로운 그림들이 눈에 들어 온다.

 

법계사(10:21).

통과.

 

로타리대피소를 조금 지나와서 돌아보니

멀리 천왕봉이 눈에 들어온다.

 

대원사 방향.

 

아쉬운 맘으로 천왕봉 한번 더 보고.

 

지루한 돌밭길을 따라 중산리로 향한다.

설악산 마등령에서 비선대까지 내려가는 길과 느낌이 비슷하다.

길고 지루한 코스.

 

망바위(10:44).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바로 하산하는 코스와 만나는 지점.

다리를 건너고.

 

바짝 말라 있는 계곡.

 

그래도 서서히 봄이 오고 있다.

 

중산리.

그냥 눕고 싶다^0^

 

하산 완료(11:43).

겨울 지리산이 보고 싶어 아내와 함께 한 지리산 종주.

칼바람과 상고대를 체험할 수는 없었지만 역시 좋았다.

 

왔다갈수록 더욱 가고싶어지는 지리산.

언제고 또 기억이 희미해져갈 때, 다시금 오르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