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성삼재~세석~천왕봉~중산리(100703)

2010. 7. 4. 15:53등산/지리산

  ▲ 운무가 가득한 지리산.

 

 

02:40. 성삼재.

짙은 안개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슬비가 내리고 있고.

 

우의를 덮어 쓰고 손전등을 들고는 성삼재 입구를 들어선다(02:42).

초행이라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든다.

 

 

함께 버스를 타고 온 일행 중 한명과 함께 노고단을 향해 간다.

넓직한 콘크리트 포장길이 완만하게 깔려있다.

대로임에도 불구하고 짙은 안개로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다.

 

노고단 고개를 향해 계단을 오른다.

짙은 안개와 내리는 비로 사진 찍는 것 조차 쉽지 않다. 

 

 

노고단(03:36).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 넓은 광장이 나온다.

여기가 노고단인 모양이다.

함께 버스를 타고 온 다른 한명이 이미 올라와 있다.

천왕봉을 향해 길고도 긴 산행을 시작한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들어선다.

캄캄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울창한 수풀 사이로 한 사람 정도가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등로가 있다.

내리는 비로 등로는 진탕이다.

그래도 걱정했던 것 보다는 비가 약하게 내리고 있다.

 

함께 가는 일행들은 성삼재 코스가 초행이 아니란다.

상당한 내공이 있는 듯, 어둠 속에서도 거침없이 앞으로 나간다.

쫓아가는라 무척 바쁘다^^*

 

 

노루목(05:01).

반야봉 갈림길이다.

 

 

짙은 안개와 비로 시야는 좋지 않지만 덥지 않아 산행하긴 좋다.

 

 

삼도봉(05:28).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의 경계점.

 

 

삼도봉을 지나 한참을 내려간다.

나무계단이 잘 설치되어 있다.

역시 앞 선 일행들은 거침없이 간다.

 

 

화개재(05:45).

'반선' 이라고 표시된 방향이 뱀사골 방향이다.

 

 

옛날에 장이 열렸다는 곳.

현재는 헬기장이 설치되어 있다.

 

 

안개와 비, 그리고 땀에 젖어 꾀죄죄하다.

 

 

연하천을 향해 간다.

지리산 지명에는 참 예쁜 이름이 많다.

'연하천'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예쁜 이름이다.

 

연하천에서 아침식사를 할 예정이었는데

남은 거리가 1.8킬로미터라는 이정표를 보고는 갑자기 허기가 느껴졌다.

일행중 한명은 삼도봉에서부터 뒤로 처졌고

지금까지 동반한 한명은 천왕봉까지 가서 식사를 하겠다고 한다.

먼저 가라고 하고는 적당한 곳에서 식사를 한다.

 

 

아무도 없는 으슥한 곳에서 아내가 준비해 준 주먹밥으로 아침을 먹는다.

최대한 짐을 가볍게 하기 위해 음식도 최소한으로 준비했다.

혼자서 식사를 하는데 은근히 겁이 났다.

곰이라도 나타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서둘러 아침을 먹고는 연하천을 향해 간다.

 

 

이 길 끝에 연하천 대피소가 있다.

너덜길을 지나다가 이런 길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덕분에 다리도 좀 쉬어간다.

 

 

연하천 대피소(07:08).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산님들이 아침식사들을 하고 있다.

이런 점이 지리산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가보고 싶어하는 그런 산.......... 지리산.

 

 

벽소령을 향해 간다.

연하천에서부터 벽소령까지의 구간은 심한 너덜길이다.

원래 지리산은 너덜지대가 많은 곳인데 이 곳도 그 중 하나인 것 같다.

비가 와서 바위가 미끄러워 조심조심 나간다.

 

 

중간중간에 시야가 터지는 곳이 있다.

하지만 안개로 인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의 거리가 3.6킬로미터 임을 알리고 있다.

 

 

희미한 바위 군상 위에 소나무가 멋지게 자라고 있다.

 

 

드디어 이정표에 세석이 보인다.

반갑다.

 

 

가야 할 곳이 짙은 운무로 가리어져 있다.

 

 

벽소령(08:34).

 

 

중간중간에 대피소가 설치되어 있어 안전산행에 도움을 준다.

식수도 보충할 수 있어 좋다.

앞 서 간 일행을 벽소령에서 만났다.

함께 세석을 향해 간다.

 

 

벽소령 대피소 모습.

 

 

벽소령 주변에는 멋진 암릉들이 많다.

암릉 아래로 등로가 나 있다.

 

 

하동 화개면 방향.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 지리산을 오르는 것인데........ 아쉽다.

다시 오라고 하는 모양이다^0^

 

 

선비샘(09:26).

 

 

선비샘에서 5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부부 산님을 만났다.

벽소령에서 1박을 하고 세석을 향해 가는 중이시라고.

이처럼 여유있게 산행을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바위가 나타난다.

제주 앞 바다의 외돌개가 떠오른다^^*

 

 

천왕봉까지의 거리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지고 느려진다.

갈수록 쉬는 횟수가 늘어나고 쉬는 시간이 길어진다.

 

 

세석 방향 역시 운무가 가득하다.

 

 

살짝 드러난 지리산 자락들.

 

 

세석을 향해 깔딱계단을 오르는 일행.

오늘의 선두다.ㅎㅎ

 

 

가파른 계단인지라 중간중간에 '참'이 마련되어 있다.

 

 

동행중인 일행이 도저히 허기를 참을 수 없는 모양이다.

계단 중간에 마련되어 있는 '참'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한다.

나는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

 

식사를 하고나니 기운이 난다.

다시 세석을 향해 간다.

 

눈에 익은 풍광이 보이기 시작한다.

세석 평전.

 

 

세석에서 물 보충을 하고 바로 천왕봉을 향한다.

몸이 많이 힘들다.

 

 

세석대피소(11:30).

 

 

세석 대피소 앞 나무에 달려있는 열매.

 

 

세석에서 촛대봉을 오르는 완만한 등로가 오늘따라 무척 힘이 든다.

그만큼 지쳐있다는 뜻이다.

 

 

끝까지 힘을 내자고 마음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간다.

 

 

함께 한 일행보다 앞서서 장터목을 향해 간다.

원래 선등이 무척 어려운 거다.

오히려 다른 사람 뒤에서 따라가는 것이 훨씬 편하다.

지금까지 선등을 해 준 일행을 뒤로 하고 내가 앞서서 간다.

둘 다 많이 지쳤다.


 

장터목 대피소(12:42).

세석에서부터 3.4킬로미터를 1시간 12분이나 걸려서 왔다.

 

 

역시 운무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 하루종일 이런 상태다.

 

이제 천왕봉을 향해 막판 스퍼트를 낸다.

맘은 그랬는데 몸은 영 말이 아니다^^*

 

 

제석봉으로 향하는 고사목 군락지도 뿌옇다.

 

 

 

천왕봉을 찍고 내려오는 산님들이 인사를 건네는데 대답할 기운도 없다.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는 천왕봉을 향해 한발 한발 옮긴다.

 

 

통천문.

 

 

통천문을 지나면서 천왕봉 정상까지의 오름길은 그야말로 고난의 길이었다.

몸 안의 에너지란 에너지는 다 소비해 버린 듯한 느낌이다.

 

 

작년 9월의 어느 날을 생각하면서.....

 

 

 

드디어 정상 천왕봉(13:30).

다른 산님에게 부탁해서 인증 샷을 찍는다.

 

 

날씨 탓인지 정상부가 한산하다. 

 

 

 

 

오늘 동반산행한 지리산 산우님.

정상에서 승리의 V.

정말 승리의 감동이 밀려 온다^0^

 

 

단독 샷!

 

 

이제 하산하는 일만 남았다.

중산리까지 5.4킬로미터.

 

 

새벽에 성삼재에 내려주면서 유명산우회 대장님 가라사대

버스는 정각 16시 30분에 출발하니까 늦어도 15시 30분까지는 내려와야 한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프로니까 조금 늦을 것 같으니까 기다려달라느니 하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니까 꼭 시간을 지켜달라고 하셨다.

3시 30분까지 내려가려면 부지런히 내려가야 할 것 같다.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산꼭대기 바위 사이에서 물이 솟고 있다.

참 신기하다.

서둘러 하산하다 보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데

자그마한 플라스틱 바가지가 놓여 있다.

 

 

엄청난 경사의 너덜길을 내려간다.

내리막길만 만나면 신이 나는 산방식구 외돌개 님 생각이 났다^^*

오늘과 같은 코스를 11시간에 주파하셨다는 외돌개 님.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중산리 방향.

 

 

하산코스.

설악산 마등령에서 비선대 내려가는 길과 흡사하다.

 

 

바위에 이빨이 나 있다^^*

 

 

지리산 법계사(14:45).

시간이 없어 그냥 통과.

 

 

내려가도 내려가도 거리가 줄지를 않는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더욱 더디게 느껴진다.

 

 

망바위.

 

 

아직도 2.4킬로미터 남았다.

정말 지리지리한 지리산이다.

 

 

드디어 중산리(15:28).

정확하게 시간 맞춰 도착.

 

 

시원스럽게 물이 흐르는 중산리 계곡.

 

 

가 보고 싶었던 코스를 날을 잡아 왔는데

일기가 좋지 않아 아름다운 지리산을 눈에 담을 수가 없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35.6킬로미터에 이르는 종주를 12시간 50분에 걸쳐 할 수 있게 되어 뿌듯하다.

금년 가을, 날씨가 좋은 날 한번 더 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 산행코스 : 성삼재 - 노고단 - 연하천 - 벽소령 - 세석 -장터목 - 천왕봉 - 중산리.

 

◆ 산행시간 : 12시간 48분(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