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0. 22:56ㆍ등산/북한산
어제 저녁부터 내리던 비가 오늘 새벽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조금 더 자다가 8시쯤 일어났더니 비가 그쳐 있었다.
서둘러 아침을 챙겨 먹고 배낭을 꾸려가지고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지난 월요일, 북한산에서 실종되었다는 산우님 소식을 듣고는 일주일 내내 머리속에서 그 산우님 생각을 하고 지냈다.
이름은 "정호진", 61년생 남자.
지난 11월 23일 북한산에 다녀온다고 나간 후에 실종된 상태란다.
산악구조대와 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수색을 했었지만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고.......
기왕에 산행하는거 그 산우님의 흔적을 찾아보고자 하는 맘으로 집을 나섰다.
산성입구를 들머리 삼아 대서문 방향으로 오르는데 한무리의 산님들이 앞서 올라가고 있었다.
배낭에 붙은 리본에 보니까 '아띠산악회'라고 30대부터 50대까지의 회원들로 구성된 산악회인 모양인데 송년산행을 온 것 같았다.
200명은 족히 넘을 것 같은 산님들이 대서문 방향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 사람들과 같이 가다가는 조용한 산행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걸음을 채촉하였다.
대서문에서 아띠산악회 사람들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나와 아내는 의상봉 방향으로 코스를 잡았다.
몇 주 전 12성문 종주할 때 올랐던 코스로서 대서문 망루로 올라가 의상봉 방향으로 올라가는 코스이다.
이 코스는 산행하는 사람을 거의 만날 수 없는 코스이기때문에 혹시나 "정호진"님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일부러 이리로 코스를 잡은 것이다.
새벽까지 내린 비때문에 등산로는 아주 촉촉하게 젖어 있어 느낌이 좋았다.
물론, 위로 올라가면서는 낙엽위에 내린 비가 얼어서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먼지가 나지 않아서 좋았다.
낙상할 만한 곳을 주의깊게 살피면서 의상봉 방향으로 올라갔다.
의상봉을 오르다가 전망이 좋은 곳에서 한 컷.
원효봉에서부터 염초능선과 백운대, 그리고 위문과 만경대. 노적봉.
새벽에 내리던 비가 높은 곳에는 눈으로 내린 모양이다.
백운대와 만경대는 하얀 눈을 이고 있었다. 양은 많지 않았지만.
대서문에서 의상봉을 오르는 코스도 역시 가파르다.
그러나 어느 친절한 사람이 바위마다 발 디딜 곳을 파 놓았고
경사가 심한 곳에는 안전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오르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은 코스이다.
단, 겨울에는 항상 그늘이라 얼어있어 오늘처럼 비나 눈이 오고 난 후에는 발 밑을 조심해서 올라야 한다.
의상봉 서벽........ 의상봉 바로 직전이다.
의상봉까지 올라오면서 세심하게 살폈지만 낙상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었다면 벌써 찾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가사당 암문 방향으로 향했다.
회색빛 하늘에 우울한 해가 걸려있다.
그 아래로 비봉 능선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쪽은 원효봉 너머 노고산 방향.
의상봉에서.
황량한 느낌이지만 아직 겨울산 같지는 않다.
아마 눈이 없어서리라.
가사당 암문으로 가면서 건너편의 용출봉을 바라보았다.
용출봉을 오르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왜 저리 밀릴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가사당 암문에 도착하였더니
대서문 전에서 만난 "아띠산악회" 회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국녕사 방향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이 사람들이 국녕사에서 가사당 암문으로 올라와 의상능선을 타는 모양이다.
아내와 나는 서둘어서 그들과 코스가 겹치지 않게 가기 위해서 국녕사로 내려왔다.
사실은 의상능선을 조금 더 타려고 했었는데.......
내려오면서 "아띠산악회" 회원들끼리 하는 얘기를 들으니까 오늘 함께 산행온 인원이 250명도 더 된다고 한다.
의상능선이 오늘 홍역을 치를 것 같다.ㅎㅎ
국녕사는 커다란 불상이 있어 유명한 곳이다.
그것도 돌로 만든 불상이 아니라 구리로 만든 불상인 듯 하다.
백운대에서도 보일 정도이니까 엄청난 크기의 불상이다.
대형 불상도 불상이거니와 그 불상 주변을 둘러싸고 아주 작은 불상들이 수도 없이 많이 안치되어 있는 곳이다.
국녕사 불상.
등산객들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었는데.
여러 절에서와 같이 국녕사에서도 식수를 보충할 수 있다.
국녕사 입구.
정문 기둥과 나무계단............. 가을풍으로 꾸며 보았다.
국녕사를 지나 아래로 내려갔다.
용학사라는 절을 만났다.
그곳은 산성입구에서 백운대 방향으로 오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거기서 아내와 나도 백운대 방향으로 조금 오르다가 노적사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주에 갔었던 노적봉 6부 능선길을 다시 가고 싶어서였다.
노적사 입구에는 아주 정감있는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어떤 곳에는 아주 험악할 정도로 절 경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조망까지 설치해 놓은 곳이 있는데
노적사에는 등산객들을 위해 "산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이정표를 설치하여 등산로를 알려주고 있다.
그러니까 굳이 경내를 지나지 않고 우회해서 노적봉을 가는 코스를 알려주는 이정표이다. "산이 좋은 사람들"
어느 스님이 생각해서 설치해 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정표 하나로 따뜻한 스님의 마음이 느껴진다.
노적사 오르는 길.
노적사를 왼쪽으로 돌아 노적봉 오르는 길로 오르다가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비가 온 뒤이기는 했지만 바람이 없어서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니었다.
그래도 해가 나오지 않아서인지 점심을 먹는 동안 금방 한기를 느꼈다.
컵라면과 약식으로 점심을 먹고는 바로 배낭을 꾸려서 노적봉 6부 능선으로 올랐다.
바위를 가르며 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름 모를 파란 들풀 위로 하얀 눈이 쌓여 있다.
오늘 새벽에 내린 모양이다.
노적봉 6부 능선 오르는 길.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노적봉 6부 능선에서 우측으로 가면 노적봉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바로 직진하면 위문으로 올라가는 길과 만나게 된다.
지난 주에는 바로 직진하는 길쪽에서 지금 있는 곳으로 왔었는데 오늘은 새로운 길로 가기로 하고는
좌측으로 꺽어서 보리암 방향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노적봉을 기준으로 할 때 하산하는 코스를 잡은 것이다.
공식 탐방로가 아니라서 이정표가 없었다.
한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호젓한 오솔길이 쭉 이어지고 있었다.
탐방로에 눈이 깨끗하게 쌓여 있는 걸로 봐서 오늘은 우리가 처음 이 코스를 가는 산님인 것 같았다.
아주 운치있는 길이었다. 따뜻하고.
왼쪽으로는 의상능선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염초능선에서 이어지는 북한산의 주봉들을 볼 수 있어 조망도 괜찮았다.
염초능선에서 이어지는 백운대.
노적봉 능선에서 보는 모습이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백운대.
뒤로 보이는 능선이 의상능선이다.
아내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곳이 나월봉인데 너무 밝게 나와서 뚜렷하지가 않다.
원효봉.
원효봉은 정말 대슬랩이 곳곳에 널려있다.
상운사.
그야말로 명당자리인 듯하다.
좌우로 원효봉과 염초봉을 거느리고 정남향 방향에 자리하고 있다.
위문으로 오르는 등산로와 만나는 지점.
팻말이 달린 나무 우측으로 오솔길과 같은 등산로가 보인다.
그리로 오르면 노적봉을 오를 수 있다.
약간 경사가 가파르다. 초입 부분에.
위문 방향으로 다시 오름질을 한다.
조금 올라가다가 내려오는 공원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지난 번 실종자 소식을 물었다. 찾았느냐고.
그랬더니 찾았다고 하였다.
지난 월요일......... 그러니까 15일날 등산객이 발견, 신고해서
16일 화요일날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단다. 나월봉 서벽 60미터 지점에서.
직원에게 들은 얘기는 차마 끔찍해서 이곳에 기록하지 않는다.
아무튼 시신이라도 찾아서 장례를 치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상운사 방향으로 꺽어 들었다.
원효봉 북문을 향해서.
이 코스는 내려와 보기는 했어도 올라가는 것은 참으로 오랫만이다.
상운사 입구에서부터 북문까지 오르는데 왜 이리도 코스가 길게 느껴지던지.
청수동암문 오르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최근에 잘 정비되어서 오르기가 수월하였다.
북문 오르는 길.
훼손된 나무 계단을 치우고 돌계단으로 깔끔하게 정비하였다.
북문에서.
북문에서 공원관리소 직원들이 염초봉 방향으로 가는 산님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제는 염초봉 쪽에서 오는 사람들도 통제를 한다고 한다.
가능하면 다니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설인장 코스도.
북문에서 효자비 방향으로 내려갔다.
이 코스도 아주 편안한 정감있는 코스다.
원효봉을 오르려고 하는 산님들에게 추천할 만한 코스다. 효자비 방향에서 원효봉의 서쪽면을 오르는 코스.
호젓한 산행을 할 수 있는 코스이다.
북문에서 효자비 방향으로 내려가는 코스.
아침에 내린 눈이 살짝 깔려 있다.
이곳도 겨울에는 해가 잘 들지 않아 항상 아이젠이 필요한 곳이다.
염초봉.
염초봉을 배경삼아.
나무들의 합창.
햇살이 있었으면 더욱 눈 부셨을텐데........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멋있다.
북문에서부터 효자비까지 내려오는 코스는 은근히 길다.
그래도 길이 편안해서 느낌이 참 좋다.
이런 길은 마냥 걸어도 괜찮은 길이다.^^*
희망.
내년을 기약하며.
효자비로 내려가는 길은 이렇게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일단의 산님들이 호젓한 등산로를 내려가고 있다.
효자비의 유명한 무명식당(유명한 무명식당......... 표현이 좀........ㅎㅎ)
아무튼 이름은 없지만 아주 유명한 곳이다.
이곳으로 내려오면서 오늘 산행을 모두 마쳤다.
오늘도 역시 목적지 없는 그런 산행이었다. 발길 닿는대로 가는 산행.
편안하고 즐거운 산행이다.ㅎㅎㅎ
◆ 산행코스 : 산성입구 - 대서문 - 의상봉 - 가사당 암문 - 국녕사 - 노적사 - 노적봉 6부 - 보리암 - 상운사 - 북문 - 효자비
◆ 산행시간 : 4시간 20분(아내와 동반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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