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호랑이굴(070825)

2007. 8. 25. 17:20등산/북한산

 

오늘은 혼자서 산행을 나섰다.

원래 직장 동료들과 함께 산행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는 바람에 혼자 산행을 하게 되었다.

산행코스를 밤골에서 시작해서 호랑이굴로 백운대를 올랐다가 여우굴로 해서 원효봉으로 하산하려고 생각하고는 구파발역으로 향했다.

 

8시 30분 정도쯤 되었는데 시간이 조금 일러서인지 산님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불광동에서 출발하는 도시형버스 34번을 탔다. 지난 7월 1일부터 환승이 되기 때문에 아무거나 먼저 오는 차를 타면 된다.

북한산성을 지나서 효자파출소, 관세농원, 은평서대문 교장, 효자비를 지나 밤골에서 내렸다.

 

▼ 밤골공원지킴터.

 

밤골과 사기막 계곡은 물이 참 좋은 곳이다.

그래서 여름이면 가족동반으로 계곡에 놀러온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다.

한주간동안 내내 비가 오지 않아서인지 그동안 물이 많이 줄어 있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가 백운대를 알리는 이정표 뒤로해서 해골바위 방향으로 올라갔다.

날씨가 조금 흐려 있어서 전망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소나무 너머로 멀리보이는 전망대 바위 위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 저 앞에 전망대 바위가 보인다. 오늘 오를 첫번째 봉우리이다.

 

가파른 바위구간을 지나 해골바위 아래에 이르렀다. 우측으로 돌아서 해골바위를 오르니까 전망대 바위 앞에 산님 두사람이 서 있었다.

앞에 가는 사람이 전망대 바위를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망설이고 있는듯 하였다.

오르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더니 먼저 시범을 보이란다. 그래서 앞서서 올라가는 방법을 알려 주고는 보조자일을 잡고 올라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올라와서는 겁이 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네발로 전망대 바위를 쏜살같이 올라간다. '나도 처음에는 저랬었지' 하는 생각을 하였다.^^*

 

▼ 전망대 바위. 보기에는 조금 겁이 나 보이지만 바위가 미끄럽지 않아 신발만 확실하다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바위다.

 

전망대 바위 위에는 일찍 산행에 나선 산님들이 벌써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날씨가 청명하지 않아 주변 경치를 제대로 조망 할 수가 없었다.

아쉬움을 남긴채 숨은벽으로 향했다. 이제부터 숨은벽 직전까지 바위구간이다. 그치만 위험한 구간은 없기때문에 누구나 편안하게 산행할 수 있는 구간이다.

 

▼ 사기막 능선 전경.

 

숨은벽을 바로 앞에 두고 잠깐 간식을 먹느라고 휴식을 하였다.

숨은벽은 언제 보아도 늠름한 모습이다.

하늘을 향해 위로 솟구친 모습이 뱃머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거대한 물고기가 하늘을 향해 치솟는 모습 같기도 하다. 

 

▼ 숨은벽의 늠름한 모습.

 

숨은벽 직전에서 우측으로 우회해서 내려갔다.

최근에 북한산 군데군데 안전난간을 설치해 놓아서 이용하는 산님들이 편안하게 산행할 수 있게 되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곳은 산행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작업하기 편한대로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어서

난간을 이용할 경우 더 불편한 구간도 있다. 좀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서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부터 15분간 숨이 턱에까지 차오르는 깔딱고개 구간이다.

요즘처럼 날씨가 더운 여름에는 더욱 죽을 맛이 나는 곳이다.

그나마 코스가 그리 길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깔딱고개를 조금 오르다 보면 북한산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옹달샘 "대동샘"을 만난 수 있다.

대동샘에서 목을 축이고는 발끝만 보면서 계곡을 올랐다. 드디어 바로 앞에 V계곡이 보인다. 거기에서 우측으로 붙는다. 호랑이굴이 시작되는 곳이다.

 

▼ V계곡. V자 모양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에 호랑이가 살았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호랑이굴이라고 불리워지는 굴 입구에 도착하였다.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입구는 두개가 있다.

아래쪽으로 기어서 들어가는 입구가 있고 조금 위쪽으로 넘어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나는 주로 위쪽 입구를 이용한다.

아마도 새끼호랑이와 어미호랑이의 출입구가 달랐던 모양이다.^^*

 

▼ 호랑이굴 - 새끼호랑이 출입구.

 

▼ 호랑이굴 - 어미호랑이 출입구.

 

▼ 호랑이굴 - 나가는 곳. 환하게 빛이 들어오는 곳으로 나간다.

 

호랑이굴은 몸집이 큰 사람은 지나기가 무척 힘이 드는 곳이다.

위험하지는 않지만 바위가 경사를 이루고 있고 한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틈만 있어서 배낭도 풀러서 들고 가야 하기때문에 무척 애를 먹는 코스이다.

하지만 내 아내는 무척 편안하게, 배낭도 풀지 않고서 쉽게 지나간다. 몸집이 작아서 유리한 것 같다.ㅎㅎㅎ

 

호랑이굴을 빠져 나가서는 다시 호랑이굴을 지나온 반대방향으로 바위를 타고 간다.

그리고는 거기서부터 경사가 좀 심한 바위를 올라야 한다. 바위가 미끄럽지 않아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조금 올라가다 보면 나무에 굵은 와이어가 묶여 있는 직벽에 이른다. 와이어를 잡고 오르는데 초행자는 조금 힘들어 하는 곳이다. 몸무게가 무거울수록 힘든 곳이다.

 

직벽을 올라서 좌측으로 조금 돌아가면 바로 백운대이다. 위문에서 줄을 지어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만날수 있다.

오늘은 시간이 조금 일러서인지 백운대에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밤골입구에서부터 백운대 정상까지 2시간이 걸려서 올라왔다. 중간중간에 사진을 찍느라 조금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이만하면 상당히 빠르게 오른 편이다.

 

▼ 백운대 - 반드시 태극기가 나와야 한다.^^*

 

하산코스는 여우굴 방향으로 잡았다.

두차례 여우굴로 백운대를 올라는 와 보았으나 하산은 오늘이 처음이다.

늘 생각하기로는 올라온 곳으로 반드시 내려도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서 오늘 한번 내려가는 것을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호랑이굴은 백운대를 서쪽 방향에서 올라오는 것인데 여우굴은 남쪽 방향으로 내려가는 곳이다.

백운대 정상에서 뒤쪽으로 보면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로 내려가서 위험하다는 조그마한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된다.

조금 내려오다 보면 직벽이 나오는데 딛는 곳과 잡는 곳이 군데군데 있어 어렵지 않게 내려갈 수가 있다.

직벽을 내려가서 조금 더 계곡을 따라서 내려가면 여우굴이 나온다. 여우굴을 모르는 사람은 거기서 어떻게 내려가야 할 지 난감할 것이다.

바위를 타고 내려가는 길 밖에 없어 보이는데 만만치가 않은 곳이다.

 

▼ 여우굴 - 들어가고.

 

▼ 여우굴 - 나가고.

 

여우굴 입구에서 굴 안으로 진입할 때, 초행자는 반드시 랜턴으로 안을 살피고 들어가야 한다.

들어가는 입구 바로 아래가 구멍이 뚫려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낙상을 하게 된다.

물론, 여우굴도 들어가고 나갈 때 배낭을 벗어야 한다. 구멍이 아주 작아서 배낭을 매고는 도저히 드나들 수 없는 곳이다.

 

여우굴을 나와서 골짜기를 따라 계속 내려가면 우측으로 '시발클럽'이라는 푯말이 붙은 커다란 바위가 나온다.

백운대 암릉 등반을 처음 하던 곳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거기서 조금 더 내려가면 우측으로 물이 흐르는 와폭이 나오는데 그 와폭 좌측으로 내려간다. 바위가 조금 미끄럽게 느껴지지만 조심만 하면 누구나 내려갈 수 있다.

 

와폭을 지나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약수암 위 공터에 이른다.

그곳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약수암이 나오고 약수암에서 계속 내려가면 산성입구탐방안내소로 가게 된다.

나는 그곳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잡았다.

설인야영장을 거쳐 염초봉을 우회해서 원효봉 북문 방향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약수암 위 공터에서 조금 내려오면 너덜지대가 나오는데 너덜지대를 조금 내려오다가 우측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여서 치고 올라갔다.

그랬더니 생각했던 설인야영장이 아니고 염초능선중 '바람골'이라는 곳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설인야영장은 조금 더 우측으로 돌아가야 하는 모양이었다. 다시 내려가다 보니까 우측으로 난 길이 보였다.

산등성이를 트레바스해서 10분 정도 가니까 저 위로 설인야영장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 설인야영장 - 설인산악회가 만들어 놓은 곳이라서 그런 이름으로 부른다고 한다.

 

설인야영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시간을 보니까 12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단체로 온 일행들이 염초봉 쪽에서 와서는 점심을 먹느라 자리를 잡았다.

조용하게 식사하고 좀 쉬려고 했는데 불청객이다.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내가 불청객이겠지만.^^*

식사와 과일, 커피를 마시고는 배낭을 꾸려서 다시 하산하였다.

 

밴드길을 따라서 염초직벽 앞으로 왔더니 직벽앞에서 산님과 국립공원 직원간에 설전이 한창이다.

장비없이는 염초능선을 오르지 못하게 하는 직원과 내가 하루이틀 다닌게 아니니까 염려하지 말라는 산님과의 실갱이다.

결국 산님이 포기하고 우측으로 우회한다. 가지 말라는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좋은 일이기는 하나,

어느날 갑자기 몇십년씩 다니던 사람들을 장비없이는 다니지 못하게 하는 것도 합당한 처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염초직벽에서 원효봉 북문으로 내려와 다시 원효봉 정상으로 올랐다.

원효봉 정상에는 단체로 온 젊은 청년들이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늘 올라갔다가 내려온 백운대와 그 옆의 염초능선, 만경대를 뒤돌아 보았다.

 

▼ 좌측부터 염초능선, 백운대, 만경대.

 

원효봉 정상에서 릿지코스로 하산을 하였다.

하산중 혼자 오신 산님을 만나 새로운 등산코스를 소개도받고 북한산 인근의 맛있는 콩국수 집도 소개를 받았다.

소개비로 내가 콩국수 값을 치르고 우연히 만난 산님의 차를 타고 원당역까지 왔다.

 

◆ 산행코스 : 밤골공원지킴터 - 사기막능선 - 숨은벽 우회 - V계곡 - 호랑이굴 - 백운대 - 여우굴 - 약수암위 공터 - 설인야영장 - 원효봉 - 미미가든(효자파출소)

 

◆ 소요시간 : 4시간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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