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의상능선(070811)

2007. 8. 12. 17:26등산/북한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영화를 보려고 예매를 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비가 올 것 같지 않은 날씨였다.

인터넷으로 영화예매를 취소하고는 부랴부랴 배낭을 싸매고 구파발로 향했다.

지난 주에도 비가 와서 산행을 하지 못했기때문에 오늘은 의상능선을 올라 조금 강도있는 산행을 하려고 생각하였다.

언제라도 비가 다시 내릴것 같은 그런 불안한 날씨였지만 이제 집을 나섰으니 후퇴는 없다.^^*

 

일기예보 탓인지, 아니면 시간이 조금 일러서인지 구파발역이 조금 한산하였다.

북한산행 버스를 타고 산성탐방안내소에서 내렸다.

산성탐방안내소를 들어가 포장된 도로를 타고 백여미터 정도 올라가면 우측으로 의상봉 코스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 북한산성탐방안내소에서 조금 올라와 의상능선 입구를 알리는 이정표

 

이곳에서 이정표를 따라 우측으로 꺽어져 오르면 잠시동안 호젓한 산책로가 나타난다.

중간중간에 북한산초등학교 산책로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곳을 볼 수가 있다.

10여분 정도 오르다보면 위험지역을 알리는 안내판과 함께 바위길이 나타난다.

오르기 어려운 곳에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어서 조금만 주의를 한다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단지, 의상능선은 의상봉에서부터 문수봉까지 계속해서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기때문에 초행자들은 매우 힘들어 하는 구간이다.

 

의상능선을 오르는 코스는 대부분 좌측으로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 오르지만

나는 계속해서 우측으로 안전난간을 이용하지 않고 오르는 곳으로 오른다.

다소 위험해 보이기는 하지만 주의해서 오르면 오히려 안전난간을 이용해서 오르는 것보다 쉽게 오를 수가 있다. 바위를 오르는 재미도 맛보면서.

8월들어 계속해서 내린 비로 바위에 조금 물기가 있었지만 날씨가 푸근해서 바위에 붙은 느낌은 무척 편안하고 좋았다.

 

▼ 의상봉 가기 전에 만나는 쌍토끼바위 - 두마리의 토끼가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다.^^* 방향을 달리해서 찍어 보았다.

 

 

약간 가파르면서도 굴곡이 있는 바위 코스를 몇군데 지나 의상봉엘 올랐다.

의상능선의 첫번째 봉우리인 의상봉은 높이가 503미터밖에 되지 않지만 산행을 시작해서 처음 오르는 봉우리이라서 가장 힘이 드는 구간이다.

이제부터는 문수봉까지 계속해서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된다.

 

의상봉을 올라 사방의 전망을 한번 둘러본 후 용출봉으로 향했다.

용출봉은 의상봉에서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가 가파른 오르막을 차고 올라가야 한다.

초록으로 한껏 단장한 용출봉은 흐린 하늘아래 아주 멋있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 용출봉.

 

 

해발 571미터의 용출봉을 지나 바로 앞에 보이는 용혈봉을 오른다.

 

 

용혈봉............ 얼마전 벼락사고로 4명의 산님들이 목숨을 잃은 곳이다.

용혈봉을 오르면서 유명을 달리한 산비둘기 산악회원들을 생각하였다. 마음속으로 고인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기도를 하면서 올랐다.

용혈봉 정상에 오르니까 고인들을 추모하는 꽃다발 등이 놓여 있었다. 잠깐이나마 마음으로 조문을 하였다.

 

▼ 용혈봉 정상에 고인들을 추모하는 꽃다발 등이 놓여있다.

 

용혈봉 바로 앞으로 증취봉이 다가선다.

용혈봉을 오르기 직전에서 혼자 오신 산님을 만나 함께 동반산행을 하였다.

목동에 사시는데 별일 없으면 매주 토요일 북한산엘 오신다는 48세의 남자분이다.

나름대로 바위를 즐기시려고 하시는데 조금 여의치 않아 하시는것 같아 길을 아는 사람으로서 용혈봉을 바위로 오르는 코스를 알려주고는 문수봉까지 동행하기로 하였다.

 

증취봉에서 경사진 바위를 내려가고자 하는데 오늘 처음으로 해보시는 것이라서 조금 망설이신다.

그래서 안전하게 돌아서 오시라고 말씀드리고 나는 그냥 가던대로 바위를 타고 내려섰다.

 

이제 증취봉을 지나 나월봉을 오를 차례이다. 또 한번의 가파른 오르막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오르막을 오를 때에는 힘이 들더라도 한숨에 올라야한다. 중간에 쉬면 더욱 힘이 들기 때문에 탄력을 받았을 때, 바로 치고 올라가야 한다.

동반한 산님과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숨에 치고 올라갔다.

나월봉에서도 우회로로 돌아가지 않고 우측능선으로 올라섰다.

용혈봉에서부터 함께한 산님은 오늘 처음 나월봉을 올라와 보았다고 하신다. 이렇게 좋을줄 몰랐다고 하시면서.

 

▼ 나월봉 - 나월봉을 멀리서 보면 무슨 성벽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월봉에서 북한산의 사방을 조망한 후에 다시 내려와서는 나한봉으로 향했다.

나한봉은 봉우리만 불쑥 솟아있을뿐 특별한 특징이 없는 봉우리이다. 그래서 나한봉은 항상 오르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 우회로로.

오늘도 나한봉은 우회를 하면서 715봉으로 향했다. 715봉은 높이가 715미터라서 그렇게 불려지는 봉우리이다.

여기도 바위가 조금 가파른 코스라서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 715봉을 오르다가 돌아다 본 나한봉.

 

715봉에서 좌측으로 가면 북한산성탐방안내소로 내려가는 하산길이고 우측으로 가면 청수동암문을 거쳐 문수봉, 대남문 등으로 가는 코스이다.

우측으로 꺽어서 문수봉으로 향했다.

청수동암문에서는 비봉방향에서 깔딱고개를 숨가쁘게 올라오는 산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500여개에 이르는 계단을 숨이 턱에 차도록 올라오는 곳이다.ㅎㅎㅎ

 

청수동암문에서 문수봉 정상을 오르기 위해 북측벽으로 올라갔다.

경사가 심하고 특별히 잡을만한 것이 마땅치 않아서 오르기 까다로운 곳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누군가가 보조자일을 묶어 놓았다.

덕분에 아주 쉽게 오를 수가 있었다.

 

문수봉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이 탁 트이면서 북한산을 전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

멀리 북한산의 주봉인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와 그 너머 숨은벽이 보이고 또 비봉, 사모바위, 향로봉 등으로 이어지는 북한산 주능선이 눈에 들어오며

또 한편으로는 도봉산과 수락산, 불암산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볼 수 있다.

 

▼ 문수봉 - 해발 716미터

 

용혈봉에서부터 동반산행한 산님과 함께 문수봉 정상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는 오늘 부랴부랴 나서는 바람에 도시락을 챙기지 못해서 구파발역에서 인절미를 사가지고 올라왔다.

동반한 산님이 가지고 오신 김밥과 빵, 그리고 내가 가지고 간 과일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는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등산과 관련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다음 기회를 기약하고 헤어졌다.

 

나는 문수봉에서 비봉으로 향했다.

통천문과 승가봉 사모바위를 지나고 비봉을 지났다. 오늘은 비봉을 우회하였다.

 

▼ 비봉 - 언제 보아도 멋있어 보인다.

 

비봉을 지나 향로봉으로 가다가 중간에 나오는 무명봉에서 신발에 들어간 모래를 털고는 향로봉으로 향했다.

오늘도 역시 향로봉에서 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위험구간이라서 통제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니던 사람들은 늘 그리로 다니는 모양이다.

향로봉의 바위구간을 조심스럽게 건너오고 있는데 저기 앞에서 부부로 보이는 두분이 길을 잘못 들었는지 정상적인 등산로가 아닌곳에서 헤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쪽에서도 사람을 찾고 있었는지 와서 도와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일단 가까기 다가가서 보니까 올라오기가 만만치 않은 그런 구간이었다. 거기까지 어떻게 가셨는지...........

비상시를 대비해서 가지고 다니던 자일을 꺼내서 먼저 남자분에게 내려주고는 묶을 곳이 마땅치가 않아서 내가 안전하게 자리를 확보하고는 붙잡고 올라오라고 하였다.

남자분이 먼저 보조자일을 붙잡고 올라섰다. 그리고는 부인되시는 분에게 자일을 내려 주었는데 완력이 약해서인지 쉽게 붙잡고 올라오지를 못하셨다.

내가 내려가서 도와주기도 그리 만만치 않은 곳이라 어떻게 해서든지 자일을 이용해서 올리려고 애쓰고 있는데

지나가시던 다른 분께서 만만치 않은 그 바위를 내려가셔서 아래서 받치고 위에서는 내가 보조자일을 붙잡고 해서 간신히 끌어 올릴 수 있었다.

도와주러 내려가신 분도 전문전으로 바위를 타시는 분이심에도 불구하고 올라오실 때에는 또 다른 사람이 내려준 자일을 붙잡고서야 올라올 수가 있었다.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는 두분에게 앞으로 절대로 잘 모르는 코스는 다니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는 가던 길을 갔다.

 

▼ 향로봉 - 북한산에서 산악사고가 많이 나는 곳이다.

 

이제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쪽두리봉이 남았다.

쪽두리봉은 나에게는 항상 뭔가 아쉬움이 남아있는 그런 봉우리이다.

정면돌파를 했다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없는 그런 봉우리이다.

봉우리를 넘어가는 코스가 몇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아직 가보지 않은 코스가 있기 때문에 늘 뭔가 찜찜한 기분이 남아있는 그런 봉우리이다.

오늘은 큰 맘 먹고 그동안 몇차례 망설이면서 가지 않았던 코스를 이용해서 넘어서기로 생각하고는 쪽두리봉을 올라서 좌측으로 붙었다.

조심스럽게 신경을 쓰면서 조금씩 접근을 해갔다. 우선 잡을 곳을 확보하고 딛는 발에 주의하면서 조심해서 돌아서니까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게 돌아설 수가 있었다.

뿌듯한 맘으로 쪽두리봉을 지나왔다.^^*

 

▼ 쪽두리봉 - 우리나라 전통의상을 입고 머리위에 얹는 쪽두리 모양의 바위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식 명칭은 수리봉이다.

 

▼ 쪽두리봉에서 늘 망설여지던 부분 - 사진 좌측의 검게 보이는 바위부분을 횡단하여 넘어와야 하는 곳이다. 

 

쪽두리봉을 정면돌파한 뿌듯한 마음으로 이제 마지막 바위구간으로 향했다. 20미터 정도에 이르는 긴 슬랩을 내려가는 구간이다.

뜨거운 햇살로 바위가 뽀송뽀송하게 말라있어서 등산화 아래로 느껴지는 바위맛이 아주 좋았다.

 

▼ 쪽두리봉 아래 슬랩 - 내가 내려온 곳을 다른 사람들이 오르고 있다. 내려오는 사람의 모습도 보이고.

 

슬랩을 내려서서 용화탐방안내소로 향하다가 탐방안내소 뒤에 있는 계곡에서 산행하면서 흘린 땀을 씻었다.

그동안 내린 비로 물이 너무나 깨끗하고 시원했다. 오늘 하루의 피로가 싹 가셨다.^^*

 

◆ 산행코스 : 북한산성탐방안내소 - 의상능선 - 문수봉 - 비봉 - 향로봉 - 쪽두리봉 - 용화탐방안내소

 

◆ 소요시간 : 5시간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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