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9. 17:17ㆍ등산/지리산
▲ 삼각고지 지나 벽소령 가는 길에 바라보는 천왕봉 풍경.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다!!!
제가 늘 생각하고 있는 저의 개똥철학입니다.
우연으로 이어지는 삶이 인생이라는 생각입니다.
그 우연을 저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11월 9일 일산메아리산악회 정기산행으로 순창 용궐산 다녀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바우형님께서 금년 내 지리산 종주를 하고 싶으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더 나이 드시기 전에 한번 다녀오고 싶으시다고요.
괜찮으시다면 동행해도 될까요 라고 여쭸더니 그래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런 거사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우연이었지요.
일단 일정을 12월 16일 자정에 출발하는 걸로 정하고
17일 새벽, 성삼재에서 시작해서 세석에서 1박 하고
18일 천왕봉을 찍고 장터목으로 돌아 나와 백무동으로 하산하기로 하였습니다.
함께 갈 사람들이 있으면 함께 가도 좋다고 하셔서 회원 모집을 했더니
옛날 산우님 한분과 메아리 후미대장으로 수고하시는 상광님께서 동행하시겠다고.
일정과 멤버가 확정된 후 노심초사 날씨가 받쳐주기만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던 중 11월 27일 기상관측 이래 최대의 첫눈이 전국적으로 내렸습니다.
지리산에도 그렇게 많은 눈이 내렸다는 사실을 이번에 산에 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공단 측에 전화 한 통만 했어도 미리 알 수 있었던 건데... 준비가 소홀했습니다. 암튼.
비만 오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다행히도 예보되는 날씨는 아주 좋았습니다.
산행을 준비하던 중에 생각지도 않은 변수가 생겼습니다.
당연히 동서울에서 성삼재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갈 생각이었는데
예매를 하려고 들어가 보니까 겨울철에는 성삼재까지 버스가 안 올라간다는 공지가 떠 있었습니다. 이크!!!
전화로 한번 더 확인했더니 도로 사정상 겨울에는 올라갈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인월에서 택시를 타고 올라가기로 계획을 변경하였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돌발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구례에서 성삼재를 넘어가는 도로가 군도 12호선인데
2024. 12. 14.부터 2025. 3. 31. 까지
천은사 - 성삼재 - 달궁삼거리 구간이 전면 통제된다는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그야말로 갈수록 태산이었습니다.
구례 천은사 방향에서 성삼재 방향은 수시로 부분 개통이 되는 모양인데
성삼재에서 달궁삼거리까지 5.4km 구간은 해가 들지 않는 구간이라
겨울철에는 거의 전면 통제가 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성삼재에서의 출발을 포기하고
뱀사골 입구인 반선을 들머리로 잡았습니다.
비록 지리산 주능선 종주는 아니지만 거리 상으로는 거의 비슷한 코스입니다.
16일 월요일 저녁 10시쯤 생사고락을 함께 할 식구들이 주엽에 모였습니다.
전철을 타고 동서울종합터미널이 있는 강변역으로 갑니다.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23시 59분에 출발하는 지리산행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참 오랜만에 이 버스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버스가 아주 럭셔리하네요.
동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죽암휴게소에서 한번 쉬었다가
함양을 거쳐 인월에 17일 새벽 3시 10분에 도착합니다.
미리 예약해 둔 택시를 타고 들머리인 반선으로 이동합니다.
인월 공용터미널에서 반선까지는 대략 25분쯤 소요됩니다.
장비를 갖추고 산행을 시작합니다(03:40).
하늘에서는 눈발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함께 하는 식구들.
주차장엔 불만 환하게 켜져 있지 아무도 없습니다.
도로를 따라 올라갑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어떤 상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지금,
모두들 살짝 들뜬 기분입니다.
잠시 쉬어 갑니다.
예쁘네요.
눈발이 날리고 있는 하늘에는 구름 사이로 달님이 들락거립니다.
상광님이 오늘 하루 파이팅 하시자고 아미노 바이탈 5000을 하나씩 나누어 주시네요.
아미노 바이탈은 일본의 글로벌 제약회사인 아지노모토에서 개발한 아미노산 보충제랍니다.
아미노산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기본 요소로 특히 체력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네요.
얼마 전 일본 여행에서 오늘 산행을 위해 사가지고 오셨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등로로 진입합니다(04:17).
아미노 바이탈 덕분에 얼굴에 힘이 넘쳐 보입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고운 눈이 등로를 하얗게 덮고 있습니다.
종주 산행이 처음이신 상광님.
본인도 살짝 긴장하고 다른 식구들이 조금 염려도 했지만 기우였습니다.
상광님과 앞서서 올라갑니다.
바우형님과 주노님은 조금 떨어져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뱀사골은 계곡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지요.
멋진 풍경들을 안내판으로 대신하며 올라갑니다.
모인 김에 흔적을 남깁니다.
반선에서 화개재까지 9.2km(05:17).
성삼재에서 화개재까지는 9.3km입니다.
계곡은 이렇습니다.
올라갈수록 등로에 눈이 제법 보입니다.
이제부터 조금씩 힘든 코스를 만나게 됩니다.
환할 때면 물가로 내려가 커피라도 끓여 먹고 올라갈 텐데...
화개재까지의 거리는 점점 줄고 있지만 걸음은 조금씩 느려집니다.
간만에 무게가 나가는 배낭을 지고 있어 더욱 힘이 듭니다.
연하교를 건너서
막차를 타고 화개재로 올라갑니다(06:59).
상광님이 졸린 모양이네요.
뱀사골 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해서 현 위치에 와 있습니다.
이제 가파른 된비알을 올라가야 합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올라갑니다.
꽤 많은 눈이 쌓여 있습니다.
화개재 바로 아래에 있는 뱀사골 대피소는 통제 중입니다.
상고대로 하얀 반야봉 위로 아직 지지 않은 달님이 보이네요.
화개재(07:56).
4시간을 목표로 올라왔는데 조금 더 걸렸습니다.
삼도봉과 반야봉은 완전 딴 세상입니다.
토끼봉 옆으로 아침 해가 보입니다.
함께 올라오신 상광님... 대단하십니다.
뒤에 오고 있는 식구들 마중을 나갑니다.
반야봉... 환상적입니다.
뱀사골 대피소에서부터 가파르게 치고 올라오는 식구들을 만났습니다.
따뜻한 햇살 받으며 삼도봉을 배경으로... 고바우 형님.
오늘 산행의 단초를 제공하셨지요.
덕분에 이런 호강을 누리고 있습니다.
상광님도 바우형님의 권유로 함께 오게 되었고요.
피아골 방향.
바우형님을 살뜰히 살피고 있는 주노님.
정말 오랜만의 동반산행입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상상도 못 하고 있는 지금입니다.
잠시 쉬었다가 연하천을 향해 출발합니다(08:33).
햇살을 받아 반야봉이 더욱 예뻐졌습니다.
사실 화개재까지 치고 올라오느라 힘들었지만
화개재에서 토끼봉 올라가는 코스에 비하면 그 정도는 워밍업에 불과하죠.
연하천까지 4.2km를 소요시간 2시간 30분으로 안내하고 있으니까요.
지난 15일까지 가을철 산불예방 통제기간이었다가 월요일 해제되고
그 다음날인 화요일에 우리가 걷고 있는 등로는 눈이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그나마 공단 직원들이 러셀을 해놓았지만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은 하루만 지나면 발자국이 덮여버리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답니다.
그저 황홀한 설경에 취해 위안을 받으며 한발 한발 나아갑니다.
식구들 보고는 스패치를 챙겨 오라 하고는 정작 저는 그냥 갔습니다.
보기에 안타까웠는지 상광님이 앞서 가겠다고 하시네요.
아마도 뒤 따라오기가 답답했던 모양입니다.
암튼, 얼마나 고맙던지요.
택일은 아주 금상첨화입니다.
토끼봉(09:15).
잠시 쉬어갑니다.
짝궁뎅이 반야봉.
상광님은 정말 덕을 많이 쌓으신 모양입니다.
첫 종주 산행에 날씨가 이렇게 받쳐주니 말이죠.
후미와 조금 텀을 두고 앞서서 진행합니다.
러셀이 되었다고 해도 발이 푹푹 빠져 진도가 더딥니다.
벽소령대피소에 근무하는 공단 직원한테 언제 이렇게 눈이 많이 왔었느냐고 물었더니
첫 눈이랍니다.
지난 번 서울에도 폭설로 내렸었던 첫 눈이요.
노고단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지리 주능선 25.5km.
산꾼들 마다 힘들어하는 코스가 서로 다른데
어떤 산꾼은 화개재에서 연하천 구간이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저는 벽소령에서 세석까지가 힘들게 느껴지고요.
멋진 설경에 위로를 받으며 앞으로 전진하지만
정말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마음은 매우 번잡스럽습니다.
과연 오늘 세석까지 갈 수 있을까... 염려가 됩니다.
암튼... 경치는 정말 끝내 줍니다.
상광님은 계속 감탄사 연발입니다.
일단, 연하천대피소까지 가서 상황을 정리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10:23).
아직까지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벽부터 출발하고 날씨도 덥지 않아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것 같아 500ml 정도만 가지고 출발했는데
상황이 녹록지 않아 물도 말라가고 배도 고파오고... 진퇴양난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 이상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습니다.
왼쪽으로 조망이 터집니다.
겨울 산행이라 가능한 조망이지요.
하얀 구름모자를 쓰고 있는 천왕봉이 보입니다.
명선봉을 향해 힘겹게 올라갑니다.
설화 만발한 명선봉.
힘겨운 오르막을 올라와 드디어 만나게 되는 반가운 이정목(10:55).
연하천대피소까지의 데크길은 눈에 완전히 파묻혀 있습니다.
연하천 대피소(11:00).
악전고투 중에 도착한 연하천 대피소는 이처럼 평화스럽습니다.
연하천 대피소와 처음 만나는 상광님.
나중에 사모님과 함께 2박 3일로 지리산 종주하시게 되면 여기서 1박 하시면 됩니다.
시원한 지리산 산삼수로 갈증을 달랩니다.
식구들을 기다리면서 일단 커피를 한잔 끓여서 몸을 데웁니다.
바우형님과 주노님이 도착하셨습니다(11:40).
40분 차이가 나네요.
화개재에서부터 3시간 이상이 걸렸습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식사를 합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출발 전에 이걸 먹고 출발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흔적을 남깁니다.
연하천 샘터 옆에 멋진 설화가 피었습니다.
연하천대피소에서 식사를 하면서 일정을 수정하기로 합니다.
도저히 이 상태로는 세석에 18시 전에 도착이 어렵다고 판단되고
또 간다고 해도 체력 소모가 너무도 클 것으로 예상되어 벽소령에서 1박 하기로 합니다.
벽소령대피소에 문의했더니 와서 체크인하면 자동으로 세석 예약 건이 정리된다고 하네요.
대피소들이 현재 모두 텅텅 비어 있어서 가능한 얘깁니다.
갑자기 시간 부자가 된 듯한 기분입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충분히 쉬었다가 벽소령으로 출발합니다(13:00).
시간에 여유가 생겨 천천히 함께 진행합니다.
바우형님께서는 계획 변경하지 않았다면 벽소령에서 음정으로 탈출하실 생각을 하셨다네요.
하늘도 예술입니다.
음정에서 올라오는 삼각고지.
벽소령과 연하천 사이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삼각고지에서 벽소령대피소까지 살짝 내려갑니다.
그리고는 내일 천왕봉까지의 업다운을 진행해야 합니다.
산행 중에 만난 산객으로부터
어느 산객이 세석에서 벽소령까지 오는데 다섯 시간이 걸렸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설마... 그런데 등로가 이러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대피소를 벽소령으로 변경하길 아주 잘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세석까지는 무리일 것 같았습니다.
메알 심고문님께서 상광님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거침없이 진행합니다.
지난 5월 산행에 입문했는데 그동안 헬스로 갈고닦은 체력이 탄탄합니다.
단체로 한 컷 찍었는데 흔들렸네요.
삼각고지 내림길에 조망이 터집니다.
쌍계사가 자리한 하동 방향.
아스라이 산그리메가 한없이 이어집니다.
눈길이라 데크가 나오면 무척 반갑습니다.
천왕봉을 바라보는 조망터에서 흔적을 남깁니다.
호된 산행으로 힘이 들지만 멋진 풍광에 지칠 줄 모르시는 상광님.
낮은 구름 아래 가장 높은 봉우리가 천왕봉입니다.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푸근한 느낌의 지리 주능선.
오늘 묵게 될 벽소령대피소가 보입니다.
설화가 만발한 우측 연화봉에서 장터목 제석봉을 거쳐 천왕봉까지.
그리고 천왕봉 왼쪽으로 중봉... 가슴 벅찬 그림입니다.
황홀한 상광님.
과유불급을 아시는 바우형님.
주노님은 반대 방향으로.
형제봉... 왼쪽 바위에 올라가기도 했었는데... 오늘은 눈으로만 봅니다.
벽소령은 코 앞입니다(14:56).
내친김에 세석까지 내뺄 수도 있지만 오늘 같은 상황에서는 어림도 없습니다.
지나온 등로를 돌아봅니다.
한숨 돌리고 있는 상광님.
봄에 진달래가 피었을 때 지나면 아주 예쁜 곳입니다.
이제 여기만 넘어가면 벽소령입니다.
평화로운 그림입니다만... 힘겹게 도착합니다.
벽소령(15:47).
세석 6.3 천왕봉 11.4km. 내일 걸어야 할 코스입니다.
벽소령대피소를 배경으로.
상광님이 찍어 주신 사진.
제가 상광님도 찍었었는데 사진이 흔들려서 버렸습니다.
다음에 다시 가서 제대로 찍어 드리겠습니다~~~^8^
한가로운 오후입니다.
지리산에는 예쁜 지명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 벽소령이 으뜸인 듯합니다.
주노님이 도착하셨네요.
식사하기 전에 단체로 흔적을 남깁니다(16:06).
지리 10경 중에 벽소야월이 포함되어 있는데 오늘은 벽소주천이라 해야겠네요.
조금 이른 저녁식사를 합니다(16:30).
오늘 같은 날은 남의 살을 좀 먹어 줘야죠.
상광님이 준비해 오신 맛있는 생오겹살.
제가 지고 온 어묵탕.
거기에 주노님 라면까지.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배정받은 객실로 들어왔습니다.
1호실 5~9번 자리.
사실 취사장도 그랬었고 대피소도 우리가 독채 전세로 다 차지했습니다.
샘이 얼어 물도 나오지 않는 벽소령 대피소에서
물티슈로 대강 땀만 씻고서는 옷 갈아입고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딱히 할 것도 없고요.
보일러는 아주 뜨끈뜨끈하네요.
예전 경험으로 대피소에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독채 전세는 확실히 다르네요.
중간중간 몇 차례 깨긴 했지만 나름 푹 잘 잘 수 있었습니다.
1일 차 지리산행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계속해서 2일 차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산행코스 : 반선 - 뱀사골 - 화개재 - 연하천 - 벽소령대피소(17km).
◆ 산행시간 : 12시간 26분(산행인원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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