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원효봉~노적봉~낭만길~사기막능선~밤골(080524)

2008. 5. 25. 15:20등산/북한산

 

몹시 더운 아침, 느즈막히 배낭을 매고 구파발로 나섰다.

직장동료와 10시 30분에 구파발에서 만나서 함께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늦은 시간이라서 사람이 적을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34번 버스를 타고는 산성입구에서 내려서 원효봉으로 향했다.

최근들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북한산을 찾은 날 같았다. 날씨도 무지하게 더운 날이었음에도.

 

산성입구탐방안내소를 들머리 삼아 계곡탐방로로 향했다.

"수구상회(?)"라는 가게 앞에서 좌측으로 개울을 건너 원효봉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 원효봉 릿지 초입.

 

날씨가 무척 더웠다.

기온이 높은데다가 바람이 전혀 없어서 더욱 더운 날씨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습도가 높지 않았다.

원효봉 초입은 녹음이 우거져서 햇살을 가릴 수가 있었지만

바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해를 가릴 수가 없어서

뜨거운 햇살을 등에 이고는 계속해서 나타나는 슬랩을 올랐다.

 

땀바위를 단숨에 오르니 종아리가 땡땡하게 땡겨온다.

사실 이런 느낌이 참 좋다.^^*

혹자는 다리가 아프다고 투정을 하지만 약간의 이런 땡김이 참 좋게 느껴진다.ㅎㅎㅎ

 

처음 땀바위를 오르는 사람들은 땀바위의 경사에 겁을 먹고는

종아리가 땡김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오른다.

중간에서 쉬었다가는 뒤로 밀릴 것 같은 느낌때문에........ㅎㅎㅎ

그리고는 땀바위 정상에서 한숨을 돌리면서 놀랜 가슴을 진정시킨다.

하지만 한번두번 오르다보면 경사도 점점 완만하게 느껴지고

자신의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오를 수 있게 된다.

사실, 원효봉 릿지코스에서 땀바위는 워밍업하는 장소에 불과하다.

 

▼ 땀바위 대슬랩.

 

땀바위를 오른 후 수박을 먹으면서 잠깐 쉬었다.

오늘은 땀바위 정상에 많은 산님들이 미리 와 있었다.

조금 늦게 산을 오르니까 많은 산님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았다.

원효봉 릿지에서 만나는 산님들은 대부분 북한산 매니아들이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가장 어렵게 느끼는 코스가 바로 여기 원효봉이다.

물론, 염초나 만경대, 숨은벽 코스를 제외하고 말이다.

 

땀바위에서 바로 치고 올라가면 스트라이프 바위를 우회해서 올라가게 되는데

우리는 땀바위에서 바로 우측으로 꺽어져서 스트라이프 바위 아래쪽으로 향했다.

스트라이프 바위는 땀바위보다는 길이가 훨씬 짧지만 경사가 약간 더 심한편이다.

그래도 바위가 미끄럽지 않아서 왠만하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곳이다.

 

▼ 일명 스트라이프 바위........ 바위 위에 검은 줄이 스트라이프 모양으로 나 있어서 그렇게들 부른다.

 

스트라이프 바위를 오른 후 밴드길을 따라 우측으로 조금 가다보면 또 한번의 가파른 슬랩을 만나다.

하지만 이 슬랩은 슬랩 가운데에 크랙이 있어서 그것을 이용해서 오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문제는 슬랩을 오르고나서이다.

슬랩 중간에 있는 소나무 부근에서 바위를 비스듬히 횡단해서 건너야 하는데 약간 까다롭다.

 

보통 릿지의 경우, 바위를 위로 오르는 것 보다는 옆으로 횡단하는 것이 어렵고 까다롭다.

발이 미끄러질 확률이 높기때문에 심리적으로 그렇게 느껴진다.

바위를 횡단하는 이곳에서도 진짜 전문가들은 직선으로 바위를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직선으로 바위를 오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혹시나 다른 산님이 그렇게 간다고 해서 절대로 따라가면 안된다.

이런 코스에서는 장비가 없이는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보호해 줄 수 없기때문이다.

 

▼ 원효봉 릿지 구간중 많은 사람들이 까다로워 하는 구간.

V자 모양으로 보이는 소나무에서부터 바위를 비스듬히 횡단해서 건너온다.

 

까다로운 구간을 지나고나면 이제 어려운 곳은 거의 지나온 셈이다.

힘을 써야 하는 구간이 몇군데 남아있지만 까다로운 구간은 없다.

 

직벽을 오르고, 또 비좁은 바위틈을 오르고, 울퉁불퉁한 바위길을 오른다.

역시 뜨거운 햇살로 인해서 더욱 힘이 든다. 바람도 없고.

 

원효봉 정상 거의 다 와서 한번 더 힘을 써야 하는 구간을 만나게 된다.

천천히 오르면 잡을 곳과 디딜 곳이 다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은데

빨리 올라가려고 서두르면 약간 힘이 드는 곳이다.

바위가 오버행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자칫 균형을 잃고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동호회같은 곳에서 단체로 원효봉 릿지를 하는 경우 가장 많이 지체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 이곳이 마지막으로 힘을 쓰는 곳이다.

바위의 갈라진 틈과 위의 소나무 뿌리와 나무둥치를 이용해서 오른다.

 

소나무를 이용해서 오르고 나면 코앞에 원효봉 정상이 있다.

하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바로 아래에서 바위를 한번 더 휘돌아 올라가야 하기때문에

우리가 있는 위치에서 원효봉 정상을 볼 수는 없다.

조심스럽게 바위를 휘돌아 가파른 경사를 오르고 나니 드디어 원효봉 정상이다.

산성입구 버스정류장에서부터 1시간 10분이 소요되었다.

그런대로 쳐지지 않고 올라온 셈이다.

 

원효봉 정상에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오 붐볐다.

대부분의 행사등산객들이 오는 곳이다.

여기서 사진을 찍고는 잠시 쉬다가 다시 하산하곤 한다.

 

원효봉 정상에서 목을 축이고는 다시 염초직벽을 향했다.

원효봉 북문에서 염초직벽까지도 역시 햇볕을 등에 지고 가야하는 코스이다.

목덜미가 뜨끈뜨끈하였다.^^*

 

▼ 염초봉 방향에서 돌아본 원효봉.

 

염초직벽에서 우측 밴드길로 설인야영장 방향으로 향했다.

설인야영장 직전 바위 위에서 점심을 먹었다.

혼자이거나 둘이 산행을 할 경우에는 아무데고 앉아서 식사하기가 편하다.

동행하는 사람이 다섯명 이상이 되면 식사자리를 찾는 것도 일이 된다.ㅎㅎㅎ

 

▼ 노적봉. 설인야영장에서. 

 

식사를 마치고는 설인야영장에서 너덜지대를 지나 약수암 쉼터로 우회해서 나갔다.

너덜지대에서 11시 방향으로 치고 올라가면 여우굴 방향으로 가는 약수암 위 공터가 나오고

2시 방향으로 우회하면 그곳보다 조금 아래인 약수암 아래 쉼터가 나온다.

 

약수암 쉼터에서 백운대 방향으로 조금 가다가 울타리를 넘어 노적봉으로 향했다.

노적봉으로 오르기 위해서도 방향을 잘 잡아야한다.

너무 빨리 좌측으로 치고 올라가면 난감한 코스를 만나서 도로 내려오거나

위문으로 향하는 코스와 합류하게 된다.

우측으로 약간 뻗어나가다가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서 올라가야만

위문에서 산성주능선을 타고 오다가 만나는 노적봉 쉼터로 올라갈 수 있다.

 

노적봉 쉼터에서 또 다시 목을 축이고는 출입금지 울타리를 넘어서 노적봉으로 향했다.

사실, 이곳의 출입금지 울타리는 왜 막아놓았는지 의문이 드는 곳이다.

아무데서고 노적봉을 다 올라갈 수 있게 해 놓고는 거기만 막아놓았다.

북한산성 주능선을 이용하는 산님들을 위해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노적봉은 산성입구에서 보면 하나의 봉우리만 보이는데 실제로 와 보면 2개의 봉우리가 있다.

어떤 사람은 1봉과 2봉으로 부르고, 어떤 사람은 동봉과 서봉으로 부른다.

정확하게 어떤 것이 1봉인지 모르겠는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노적봉이라고 하는 바위를 동봉이라고 한다.

 

▼ 노적봉 서봉. 뒤로 만경대가 보인다.

 

▼ 노적봉 동봉.

 

노적봉을 오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봉은 누구나 오를 수 있다.

동봉 역시 조심해서 오르면 오를 수는 있는데 내려올때가 조금 까다롭다.

신발이 확실하고 자신감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 봄직하다.ㅎㅎㅎ

 

노적봉(동봉)을 올라 주변을 조망하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올라간 곳으로 내려와서 용암문으로 향했다.

오늘도 역시 낭만길을 한번 더 가려고............ㅎㅎㅎ

나는 5월달에만 세번을 갔었지만 함께 한 동료는 처음이라서 색다른 코스를 알려주고 싶었다.

 

용암문에서 도선사 방향으로 나서자마자 역시 출입금지 제한선을 넘어서 들어갔다.

오늘은 어느 곳이든 바람이 불지 않아서 몹시 더웠다.

낭만길을 가면서 늘 느끼는 것은 겨울에 와야 아주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뭇가지들로 가려져서 여름에는 만경대의 멋진 모습을 보기가 어렵기때문이다.

 

▼ 낭만길에서 본 인수봉.

 

▼ 백운대........ 낭만길에서.

 

백운산장에서 물을 보충하고는 V계곡(호랑이굴)을 향해 올라갔다.

백운산장에서 V계곡까지는 10분 정도 치고 올라가면 된다.

백운대 경사면에서 블랙야크 등반학교 학생들이 암벽등반을 배우고 있었다.

완전 초보자들인 모양인데 젊은 대학생들 같아 보였다.

나도 조금만 젊었어도 한번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었는데.............ㅋㅋㅋ

 

언제나 시원한 바람이 부는 V계곡에도 오늘은 바람이 없었다.

V계곡을 넘어 깔딱고개를 내려왔다.

깔딱고개 아래에 있는 대동샘에서 시원한 보약 한사발을 들이키고는 다시 사기막 능선으로 향했다.

위풍당당한 숨은벽을 뒤로하고는 사기막능선을 내려왔다.

사기막능선을 오를때도 아기자기해서 재미가 있지만 내려가는 재미도 괜찮은 곳이다.

주위의 조망도 좋고 바위능선을 이용해서 내려가기때문에 약간의 긴장감도 있고...... 아무튼 좋은 코스이다.

 

▼ 왼쪽부터 인수봉, 숨은벽, 백운대.

 

전망대바위(일명 빨래판 바위) 위에서 마지막 남은 식량을 먹어치웠다. 사과 한개.

잠시 땀을 식히면서 멀리 상장능선과 그 너머로 도봉산의 오봉을 돌아보고

원효봉에서부터 시작되는 염초능선과 파랑새능선 백운대를 둘러보았다.

 

전망대바위를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올라갈 때하고는 또 다른 주의가 필요하다.

 

▼ 전망대바위(빨래판 바위). 이곳을 위에서부터 내려온다.

경사가 심해 보이지만 신발만 확실하면 누구나 가능하다.^^*

 

해골바위를 지나고 몇군데 아기자기한 바위코스를 지나 밤골 계곡에 도착해 탁족을 하였다.

물이 많이 줄어 있었고 이제는 물도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개운한 발걸음으로 밤골통제소로 내려오면서 오늘 산행을 마쳤다.

 

▼ 밤골통제소(2008. 4. 5. 사진).

 

 

◆ 산행코스 : 산성입구 - 원효봉 - 설인야영장 - 약수암쉼터 - 노적봉 - 용암문 - 낭만길

 - 백운산장 - V계곡 - 대동샘 - 사기막능선 - 밤골통제소

 

◆ 소요시간 ; 6시간(산행인원 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