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 10. 18:40ㆍ등산/북한산
늑장을 부리다가 10시가 넘어서 집을 나섰다.
어제 일기예보로는 낮에 한때 비나 눈이 오고 차차 개인다고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잔뜩 흐려있기는한데 아무것도 오지는 않고 있었다.
오늘은 불광동 독박골에서 출발하기로 마음먹고 아내와 함께 백석역으로 향했다.
바람이 무척 심했다.
* 자료사진<2007. 1. 13 등반사진 - 쪽두리봉 직전에서. 쪽두리봉 직전 슬랩을 오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독박골에서 시작해서 쪽두리봉으로 향하는데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졌다.
내심, 산행중에 비를 만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시작부터 비를 만나게 되었다.
쪽두리봉 직전 슬랩에 도착했더니 앞선 일행이 자일을 내리고 슬랩을 오르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자일을 피해서 부지런히 올랐다. 비가 오면 아무래도 바위가 미끄럽기때문에
비가 내리기 전에 슬랩을 오르기 위해서.
슬랩을 거의 올라 소나무가 있는 쉼터에 도착하니까 세찬 바람과 함께 빗줄기가 굵어졌다.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무 밑에서 점퍼를 입고 그 위에 우의를 덧입었다.
완전무장을 하고는 향로봉으로 향했다. 일단 산행에 나선 길, 비가 온다고 중도에 내려가는 일은 없다.
세차게 몰아치는 빗줄기를 온 몸으로 맞으면서 향로봉으로 향했다.
평소같았으면 사람들로 붐빌 코스였는데 날씨가 좋지않아서인지 무척 한산했다.
하긴, 이런 날씨면 산을 오르던 사람도 하산하는 것이 정상일테니까..........^^*
향로봉을 우회해서 올라가다가 중간에 잠깐 쉬면서 준비해 온 배를 먹는중 내리던 비가 눈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그저 흩날리는 것 같더니 눈발이 점점 굵어지면서 아주 예쁘게 눈이 내렸다.
향로봉을 올라 북한산 주능선을 타고 비봉방향으로 향하는데
좌측 계곡에서부터 불어오는 강풍으로 몸의 중심을 잡기조차 힘들었다.
늘 사람들로 북적대던 사모바위 주변도 오늘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사모바위를 지나 문수봉을 향했다.
* 자료사진<2007. 1. 13 등반사진 - 사모바위를 지나 문수봉으로 가는 길에 나오는 통천문>
승가봉을 지나는데 바람이 더욱 심해졌다.
하마트면 아내는 바람에 밀려서 넘어질뻔 할 정도였다.
내리는 눈이 심하게 부는 찬바람으로 바로 얼어붙었다.
바위에 설치해 둔 보조자일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심한 바람과 내리는 눈으로 점심을 어디서 먹어야할지 고민하면서 계속해서 문수봉으로 향했다.
문수봉 직전, 위험지역 진입하는 곳과 청수동암문으로 갈라지는 지점에서
점심을 먹을수 있는 자리를 발견하고는 준비해 간 컵라면과 쵸코파이 등으로 점심을 먹었다.
* 자료사진<2007. 1. 13. 문수봉에서 찍은 사진. 통천문, 사모바위, 비봉, 향로봉, 쪽두리봉이 보인다>
식사후 옷을 챙겨입고는 청수동암문을 올랐다.
언제나 산에서는 식사를 하고나면 체온이 떨어져서 추위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식사하기 전부터 준비해 간 옷을 껴 입어야 한다.
청수동암문을 오랫만에 올랐다.
항상 문수봉으로 직접 오르다가 오늘은 눈과 바람때문에 청수동암문으로 우회했는데
내리는 눈이 바로 얼어붙어서 무척 미끄러웠다.
한두차례 미끄러져 가면서 오백 걸음의 청수동암문을 올랐다.
아이젠을 준비해 가기는 했는데 배낭속에서 꺼내기가 귀찮아서 그냥 올랐다.
깔딱고개를 올라 청수동암문 반대편으로 딱 넘어가니까 너무나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았던 것이다.
청수동암문에서 대남문 방향으로 코스를 잡고는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럽게 걸었다.
* 자료사진<2007. 1. 13. 대남문에서 바라본 보현봉 - 자연휴식구간>
대남문에 도착하니 군데군데 사람들이 보였다.
좌측 산성매표소 방향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은 모두 아이젠을 하고는 조심스럽게 올라오고 있었다.
발에는 아이젠을 하고 옷은 우의나 판쵸를 뒤집어 쓰고는 눈보라를 뚫고서들 산행을 하고 있었다.^^*
평소 잘 택하지 않는 구기동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구기동 방향은 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평소에는 잘 택하지 않는 코스이다.
그런데 오늘은 북서풍이 너무 강하게 불어서 대남문에서 남쪽방향으로 코스를 잡은 것이다.
문수봉이 700고지가 넘기 때문에 기온도 무척 차갑고 바람도 심하게 불었었는데
아래로 내려오면서 차츰 온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500고지 아래로 내려오니까 땅도 얼지 않고 오히려 질척거렸다.
계곡에서는 지난 월요일엔가 내린 비때문인지 많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생각같아서는 탁족을 하고 싶었는데 구기동 코스쪽은 전부 출입금지라고 되어 있어서
아쉬움만을 안고서 그냥 내려왔다.
구기탐방안내소를 지나면서 산행시간을 체크해보니까 총 4시간이 소요되었다.
악천후였지만, 나름대로 분위기 있고 운치있는 산행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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