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 도 종환.

2011. 7. 18. 14:04자유게시판/자유게시판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내게 온 꽃잎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

 

앞 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산경(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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