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3-4코스(091104)

2009. 11. 8. 17:08여행이야기

 

지난 여름 제주 올레를 다녀 간 후 두 달 만에 다시 제주를 찾았다.

11월 3일 화요일 퇴근후 바로 김포공항으로 가서 7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

공항 앞에서 100번 버스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한 후

남조리를 경유해서 남원으로 가는 막차(21:20)를 탄다.

오늘 숙소로 예약해 둔 금호리조트에 가기 위해 동부보건소 앞에서 내린다.

버스정류장에서 5분 거리에 금호리조트가 있다.

저녁 10시 30분쯤 도착해서 여장을 풀었다. 조금 피곤하다.

 

다음날(11월 4일) 아침, 베란다로 내다 본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는 없었기에 구름 낀 하늘이 오히려 반갑다.

컵라면과 고구마로 아침을 먹고는 길을 나선다.

오늘은 제주 올레 3코스를 걷는다. 

 

 

금호리조트 객실 베란다에서 아침에 본 한라산.

백록담 주변이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며칠 전 내린 눈으로 백록담엔 눈이 조금 쌓여 있다.

  

잔뜩 낀 구름 사이로 아침 햇살이 비치고 있다. 

 

 

제주 올레 3코스는 온평포구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묵은 금호리조트에서 성산 일출봉 방향으로 조금 가야 한다.

금호리조트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승용차 한대가 멈추더니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는다.

배낭을 메고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 올레꾼으로 생각하신 모양이다.

다행히 방향이 같아서 편안하게 승용차를 타고 이동한다.

금호리조트에서 온평포구까지 꽤나 먼 거리다.

승용차로 40분 정도 달린다.

친절한 제주 시민 덕분에 편안하게 온평포구 입구까지 올 수 있었다.

 

온평포구는 지난 여름 제주 올레를 하면서 첫쨋날 숙박을 한 장소다.

8월 31일 올레 1코스를 걷고 난 후 온평포구에 있는 민박집에서 1박을 하고

이튿날 온평리 부녀회원들이 운영하고 있는 소라의 성이라는 곳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는 한라산으로 갔었다. 

 

거기서부터 올레 3코스가 시작된다.

 

 

제주 올레 2코스 종점과 3코스 시작을 알리는 안내판. 

 

 

해안가 어디에서고 볼 수 있는 모습.

오징어를 말리고 있다. 

 

 

온평포구에서 해안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니라 바로 마을로 들어간다.

콘크리트로 잘 포장된 도로 옆으로 제주 특유의 돌담과 밀감밭이 쭈욱 이어진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밀감밭 천지다.

지난 9월에는 초록빛이었는데 지금은 모두 주황색으로 아주 먹음직스럽게 익어있다.

 

지리하도록 콘크리트 포장길을 걷다가 돌 하루방이 줄지어 서 있는 곳을 만난다.

한 두 개가 아니라 돌 하루방이 무리를 지어 서 있다.

누군가 수집을 하는 모양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들랑 농원이란다.

47기의 돌 하루방이 있는 곳이라고.

 

 

아내가 하루방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수확을 앞 둔 밀감밭.

 

밀감밭을 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얼기설기 쌓아 놓은 돌담 위에 호박이 영글어 가고 있다.

 

 

전형적인 마을길이다.

예전에는 운치있는 올레길이었을테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느낌은 없다.

오히려 잘 포장되어 있어 발바닥이 더 피곤하다.

 

 

20년은 족히 되었을 듯한 현대 포니 엑셀.

아직도 잘 굴러가는 모양이다^^*

 

 

코크리트 길을 걷다가 반가운 올레 표지판을 만난다.

콘크리트에서 벗어나는 표시라 무척 반갑다.

바로 통오름이라는 오름을 오르는 길이다.

 

 

통오름으로 접어들자마자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군데군데 무데기로 퍼질러 있는 말똥이다.ㅎㅎ

말똥은 소똥하고는 확실하게 다르다.

그다지 냄새는 나지 않는다.

 

 

여기저기 퍼질러 있는 말똥을 피해 조심해서 오른다.

주변 경치에 넋을 놓고 오르다가는 똥을 밟기 십상이다.ㅎㅎ

통오름을 오르는데 저기 앞에 한무리의 올레꾼들이 앞 서 가고 있다.

 

 

통오름에 오르니 전망이 탁 트인다.

멀리 구름을 살짝 이고 있는 한라산이 보이고

가까이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바람이 많은 곳이라 풍력발전기를 자주 볼 수 있다.

 

 

성산 일출봉도 보인다.

왼쪽에 있는 것이 제주 올레 1코스에 있는 말미오름이다.

성산 일출봉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말미오름.

 

저기 아래 돌담으로 네모지게 만들어 놓은 것들은 묘지이다.

제주는 묘지 주변에도 저렇게 돌담이 쌓여져 있다.

땅만 파면 나오는 돌을 어떻게 처치할 수가 없어서 그냥 쌓아두는 것 같았다.

 

통오름에는 억새도 많이 있었다. 

 

통오름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시간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다시 도로를 횡단해서 포장된 도로를 따라 걷다가 바로 코 앞에 독자봉이라는 오름을 또 만난다.

 

 

독자봉은 통오름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통오름은 넓은 평원으로 되어 있는데 독자봉은 야트막한 야산 모양새를 하고 있다.

숲도 제법 있고.

 

 

쉬었다 가라는 올레 표시^^*

 

 

독자봉을 내려서서는 역시 또 포장된 도로를 걷는다.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런 길을 걷기 위해서는.

올레를 걸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올레에 대한 어떤 기대나 환상을 버려야 한다.

올레는 그야말로 그냥 걷는 길이다.

멋진 경치나 어떤 시골스러움 같은 것을 기대한다면 조금은 실망을 하게 된다.

그냥 걷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주의 구석구석을 보는 것이다.

물론, 그다지 볼 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ㅎㅎㅎ

 

슬슬 허기가 밀려온다.

담장 아래서 무언가를 열심히 쓸어담고 있는 노인에게 뭔가를 먹으려면 얼마나 더 가야 하느냐고 묻는다.

2킬로미터를 더 가야 한단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 믿을 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간간이 올레길을 걷고 있는 올레꾼들을 만난다.

아무데고 자리를 펴고 앉아서 쉬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한다.

 

삼달리라는 마을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사과를 하나 꺼내 아내와 함께 먹는다.

지나가던 어느 할머니가 주머니에서 박하사탕을 두 개 꺼내 주신다.

수고하라고 하시면서.

 

기운을 내서 다시 걷는다.

역시 포장된 도로길이다.

 

김영갑 갤러리가 나온다.

폐교를 빌려 만든 갤러리라는데 마침 우리가 지나 간 날이 휴관일이란다.

한번 둘러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먹을 곳을 찾아 열심히 또 걷는다.

"우물안 개구리"라는 음식점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조금만 더 가면 될 것 같다.

제주 해안 일주도로를 건너면서 거너편에 커다란 통나무집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우물안 개구리 음식점이다.

들어가서 식사를 한다.

 

전복뚝배기와 낙지덮밥을 시켜 먹었다.

1인분에 만원씩을 받는데 맛은 그저 그랬다.

밑반찬도 별로였고.

원래 술집인데 올레꾼들을 위해 부랴부랴 식사를 제공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3코스 중에는 여기 아니면 먹을 곳이 없다.

간식을 충분히 챙기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무조건 식사를 해야 한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신 후 다시 길을 나선다.

이제 해안으로 나간다.

아침부터 걸어온 길과는 조금 다른 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해안가로 나선다.

 

 

해안가를 걷는 길이긴 했지만 여기도 역시 포장된 길이었다.

한가지 위안이 된다면 왼쪽으로 바다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넓은 초원지대를 만난다.

신천 바다목장이다.

바닷가에 접해 있는 목장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무지하게 넓은 초원지대가 펼쳐져 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탁 트인다. 

 

 

바다목장을 뒤로 하고 신천리 해안길을 걷는다.

제주 해안은 어디고 용암이 흘러내리다 굳어버린 모습들을 하고 있어

어찌 보면 좀 지저분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또 비슷해 보이지만 해안마다 서로 다른 특색이 있다. 

 

큰 자갈들이 깔려있는 해안을 걸어 간다.

콘크리트 포장길 보다는 훨씬 낫다^^* 

 

돌맹이에 묶어 놓은 올레 표시.

 

이런 재미있는 바위도 만나고.

 

 

그렇게 또 열심히 걸어 표선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표선해수욕장 주변 올레길은 해안길을 따라 한바퀴 빙 돌아 걸어가는 길인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물이 빠져 있어서 신발을 벋고 그냥 가로질러 걷는다.

발에 닿는 물이 조금 차가웠지만 모래의 느낌이 너무 좋다.

 

끝도 없는 하얀 모래밭이 펼쳐져 있다.

표선 앞바다는 원래 수심이 너무 깊어 폭풍이 몰아치면 영락없이 파도가 마을을 덮쳤다는 곳이다.

마을사람들이 설문대할망에게 마을 앞바다를 메워달라고 기도를 해서

설문대 할망이 하룻밤 만에 표선 앞바다를 메워 모래밭을 만들어 주었다는 전설이 있다.

 

정말 여느 제주 해안과는 판이하게 다른 하얀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강원도 동해안 하조대 해수욕장의 백사장도 무척 넓었었는데

이곳 표선 해수욕장의 백사장 또한 그에 못지 않은 듯 하다. 

 

 

 

또 다른 올레꾼이 표선해수욕장 백사장을 건너 오고 있다. 

 

 

백사장을 건너와서는 철 지난 표선해수욕장 화장실에서 깨끗이 발을 닦고 다시 신발을 신는다.

하루종일 걸어서 피곤했던 발이 한결 가볍다.

이제 다시 백리라도 걸을 수 있는 기분이다^^*

 

제주 올레 3코스는 온평포구에서 여기 표선해수욕장까지이다.

 

이제 4코스를 걷는다.

표선해수욕장이 있는 곳을 당케포구라고 한다.

여기서부터 4코스가 시작된다.

당케포구는 제법 규모가 있는 포구인 모양이다.

올레를 걸으면서 만나는 포구들이 민박집도 없는 조그만 포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곳 당케포구는 제법 번화가다.

1박 2일 팀이 촬영했다는 안내판이 붙어있는 음식점들도 있고

숙박할 곳도 여러 곳 눈에 띈다.

 

당케포구를 지나서 방애동산이라는 곳을 지난다. 

해안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녀상과 돌탑들이 보인다.

 

햇살받은 억새가 반짝반짝 빛을 낸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해비치호텔&리조트를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 놓은 해안길을 걷는다.

올레 3, 4코스를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4코스 조금 걷다보면 민박집이 있다고 들었었다.

원래 우리도 그곳에서 숙박을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시간이 맞지 않았다.

그래 그냥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걷기로 하고 계속 걷는다.

 

사진은 와하하 게스트하우스다.

와하하 케스트하우스 오기 전에 민박집들이 몇군데 더 있었다.

 

 

해안 근처에는 양식장들이 많이 있었다.

양식장에서 바다로 흘러나오는 물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낚시꾼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나중에 택시기사한테 들은 얘기로는

양식장에서 바다로 버리는 물에 먹이가 풍부해서 바닷고기들이 시간이 되면 그 먹이를 먹으러 모여 든단다.

그래서 그런 고기를 잡기 위해 낚시꾼들이 많이 있단고.

낚시꾼들 뒤로 물이 하얗게 보이는 곳이 양식장에서 바다로 물이 흘러들어가는 곳이다.

 

 

갈 길은 먼데 해가 떨어지고 있다^^*

 

멀리 보이는 한라산을 보면서 포장된 도로를 열심히 걷는다.

4코스 역시 3코스와 마찬가지로 포장된 도로가 많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숙소를 잡을 수 있을런지.....^0^ 

 

 

 

올레 4코스는 올레길 전 코스중에 사람이 가장 적은 곳이란다.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냥 포장된 해안도로를 따라 걸어서 그런 모양이다.

하지만 사람이 없어 나름대로 또 걸을 만한 길이 아닌가 싶다.

4코스는 그야말로 혼자 걸어야 제 격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는개..........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곳도 해병대가 닦은 길이다.

 

 

부지런히 걸어서 해가 떨어지기 전에 토산망오름을 오르고 싶었는데

무심한 해는 올레꾼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냥 제 갈 길을 간다^^*

 

 

토산바당 산책로를 지나는데 무슨 열매인지 너무 예쁜 열매가 있다.

탐스럽게도 달려 있다. 

 

해는 이제 바다 너머로 떨어졌다.

석양으로 한라산이 환하게 보인다.

 

 

남쪽나라 횟집을 지나 4코스 올레지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토산망 근처에 숙박할 곳이 있느냐고.

이제 어두워져서 토산망을 오를 수는 없고 그 근처에도 마땅하게 숙박할 곳이 없다고 한다.

아쉽지만 올레 4코스를 여기에서 접고 내일 걸을 5코스 시작 지점인 남원포구로 이동해서 숙박을 하기로 한다.

 

 

산여리통입구 버스정류장에서 서귀-제주 동일주 노선 버스를 타고는 아침에 출발했던 남원으로 돌아와

남원포구 근처에 새로 지은 듯한 민박집에 이틀째 여정을 풀었다.

 

◆ 제주 올레 1일차 3코스 종주, 4코스 일부.

    ▶ 3코스 : 온평포구 - 중산간 올레 - 통오름 - 독자봉 - 김영갑 갤러리 - 신천 바다목장 - 표선백사장 - 당케포구(22㎞)

    ▶ 4코스 : 당케포구 - 방애동산 - 가마리 해녀 작업장 - 가는개 - 샤인빌 바다산책로 - 남쪽나라 횟집(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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