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22. 22:57ㆍ등산/설악산
수요일 저녁.
퇴근 후에 배낭을 챙겨 원당으로 향한다.
아내가 다니고 있는 우정산악회를 따라 설악산으로 무박산행을 간다.
원당에서 11시에 출발한 버스는 화양강랜드를 들러 용소폭포 주차장에 2시쯤 도착한다.
이곳에서 배추된장국으로 아침을 먹고는 다시 오색으로 가서 산행을 시작한다.
공기가 무척 차다.
하늘에 별은 쏟아질 듯이 반짝이고 있다.
들머리. 오색 탐방지원센터(03:05)
오색 입구에서 대청봉까지는 딱 5킬로미터다.
5킬로미터가 거의 이런 길이다.
예전에 비해 길을 잘 정비해 놓아 등반시간이 무척 줄었다.
하지만 밤 새 달려온 우리 일행들에게는 약간은 힘 든 코스다.
깜깜한 산중에 헤드랜턴 불빛들 만이 빛을 내고 있다.
우리 말고도 다른 일행들이 많이 눈에 띈다.
우정의 선두대장.......... mina님(앉아 있는 사람).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느라 땀이 나고 숨이 차지만 바람이 제법 차다.
고아 쟈켓을 계속 입은 채로 올라 간다.
공원입구에서 1.7킬로미터 올라오는데 45분이 걸렸다(03:50)
이 길은 항상 밤에만 오른다.
주로 무박산행을 와서 올라왔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밤 하늘에 가득한 별무리 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어느 새 나뭇잎들이 다 떨어져서 시야가 너무 좋다.
언젠가 한번 낮에 올라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대청까지 2킬로미터 남았다(04:22)
역시 가파른 오르막을 계속해서 오른다.
끝이 없다.
지친다.
대청봉 직전에서 목을 축이고 겉옷을 꺼내 입고 스틱 등 장비를 챙긴다.
바람이 무척 강하게 분다.
드디어 대청이다.
오색에서 출발한 지 2시간 15분 만에 대청에 올랐다(05:21)
등산로가 많이 정비되어 있어 오를 때 마다 시간이 조금씩 빨라지는 것 같다.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사진을 찍기조차 어렵다.
괜찮다면 대청에 좀 오래 머물면서 양양, 속초 등지의 야경을 보고
아침 해가 떠오르는 멋진 장관을 보고 싶었는데 도저히 버티고 있기가 어려웠다.
증명사진만 간신히 찍고는 중청 대피소로 하산한다.
아내 먼저 한장.
나도 한 컷.
아내가 찍는데 바람이 심하게 불어 한쪽으로 치우쳤다.
모자가 날라가지 않도록 꼭 잡고 찍었다.
체감온도는 거의 영하 10도는 되는 것 같다.
반장갑을 낀 손이 시리고 카메라 배터리가 작동이 되질 않아 카메라도 꺼졌다.
서둘러 중청대피소로 향한다.
중청 대피소에서 잠시 몸을 녹이고 있는 일행들.
시커먼 대청봉 너머 저 멀리 동해바다에 여명이 비치고 있다.
오늘 일출은 6시 41분이란다.
너무 일찍 올라오는 바람에 일출을 보긴 어렵게 되었다.
아쉽다.
오늘 산행은 대청에서 중청 소청을 거쳐 공룡능선을 타고 백담사로 하산하는 A코스와
소청에서 봉정암을 거쳐 구곡담계곡을 지나 백담사로 하산하는 B코스로 나누어서 하기로 하였다.
나는 아내와 함께 B코스를 가기로 한다.
오래 전부터 구곡담계곡을 한번 가 보고 싶었다.
선두팀과 중청대피소에서 인사를 하고는 소청으로 향한다.
이제 헤드랜턴을 꺼도 괜찮다.
소청산장(06:27)
산장에서 숙박한 산우들이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봉정암으로 향한다.
봉정암코스는 오늘이 처음이다.
아내는 몇 차례 경험이 있지만.
가파르게 내려간다.
봉정암에서 숙박을 하고 일출을 보기 위해 대청을 오르는 산우님들이 모습이 많이 보인다.
소청에서 내려다보면 저 아래 봉정암이 보인다.
정말 요새와 같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봉정암 위 바위 군상들.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봉정암엘 가면 반드시 사리탑에 올라야 한단다.
그 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압권이다.
사리탑에 오르면 전방으로 가까이 용아장성과 그 너머 공룡능선 그리고 더 멀리 울산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돌아서면 서북능선의 장엄한 줄기가 또 눈에 들어온다.
그것말고도 설악의 수 많은 이름없는 바위 군상들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사리탑에서 바라 본 봉정암 전경.
아직 빛이 부족해 사진이 선명하지 못하다.
병풍처럼 늘어 서 있는 바위 군상들.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설악의 멋진 모습을 배경으로.
보고 또 봐도 싫증나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
봉정암 사리탑(07:07)
봉정암에서 등로가 둘로 나뉜다.
하나는 가야동 계곡을 건너 오세암으로 가는 코스이고
또 하나는 구곡담 계곡을 따라 백담사로 가는 코스이다.
우린, 구곡담 계곡을 따라 백담사로 간다.
오세암 갈림길에서.
봉정암 뒤에 있는 바윈데 부처님 형상을 닮았단다.
백담사까지 10킬리미터 이상이 남았다.
아내와 둘이서 쉬엄쉬엄 내려간다.
정말 여유있는 산행을 한다. 설악에 와서.
고목과 파란 가을 하늘.
이제 전국 유명산들은 어느 곳을 가도 돌길을 걸어야 할 것 같다.
봉정암에서부터 수렴동대피소까지를 구곡담계곡이라고 한단다.
구곡담이라는 이름에서 벌써 멋진 계곡이 느껴진다.
큰 기대를 가지고 이 길을 간다. 공룡까지 포기하면서.
봉정암 근처의 계곡은 아주 황폐해 보였다.
물난리를 한 차례 겪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군데군데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눈에 띈다.
구곡담 계곡으로 내려가는 코스도
천불동 만은 못하지만 간간이 멋진 바위 군상들을 만난다.
쓰러진 나무가 너무 커서 치울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이다.
이제 슬슬 구곡담 계곡의 아름다운 폭포와 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폭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하도 많아
이름도 제대로 붙이기 어려운 모양이다.
그 흔한 이정표도 하나 없다.
이것이 용아폭인 것 같다.
낙엽이 잔뜩 쌓여 있다.
산은 이제 곧 겨울이다.
그리고 이게 용손폭인 것 같다.
날씨가 쌀쌀해서 이제 물을 보면 춥다는 느낌이 든다.
쌍용폭포.
너무 높은 곳에서부터 물이 흘러들어서 한번에 담을 수가 없었다.
두 군데서 물이 떨어져서 붙은 이름인 모양이다.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는데 사진으로는 전경을 다 담을 수 없어 조금 아쉬웠다(08:25)
와! 와!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구곡담 계곡을 내려 간다.
계속해서 멋진 폭포들이 이어진다.
정말 셀 수도 없다.
천불동과 비슷한 바위들도 보이고.
더욱 멋진 폭포가 이어지고.
햇살 받은 바위 군상들이 빛을 발한다.
아직도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08:42)
끊임없이 이어지는 물줄기.
이것이 만수폭포인가?
낙엽송들이 거의 옷을 벗어서 더욱 돋보이는 소나무들.
계곡에 강아지 머리 닮은 바위가 보인다.
이제부터는 슬슬 단풍이 눈에 들어온다.
설악산 6부능선까지는 단풍이 다 졌다.
특히 내설악은 단풍이 거의 끝난 것 같다.
맑고 깨끗한 구곡담 계곡.
수렴동대피소(09:43).
수렴동대피소도 오늘이 처음이다.
이제 여기서부터 백담사까지를 수렴동계곡이라고 한단다.
구곡담 계곡은 폭포와 소가 많았는데 수렴동계곡은 느낌이 또 다르다.
맑고 깨끗한 물이 넓게 퍼져 흐르고 있다.
아래로 내려오면서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오세암 갈림길(10:09)
영시암 주변 단풍.
영시암 샘물에는 세심이라고 씌어 있다.
마음을 닦으라는.....
백담사 못 미처서 산행으로 지친 몸을 닦는다.
계곡물로 몸을 닦는데 물이 무척 차다.
그래도 피로가 싹 가신다.
백담사 가는 길.
수렴동 계곡은 단풍이 한창이다.
오늘 날머리 백담사 공원지킴터(11:28)
백담사 주변 단풍.
백담사 경내를 둘러보고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용대리로 나오면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한다.
가을 설악을 찾을 수 있어 의미있는 산행이었다.
◆ 산행코스 : 오색 - 대청봉 - 소청 - 봉정암 - 구곡담계곡 - 백담사
◆ 산행시간 : 8시간 23분(아내와 동반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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