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봉~대성문~칼바위~청수동암문~승가사~구기분소(221224).
▲ 칼바위능선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크리스마스 이브.
공식적으로는 금년도 산방의 마지막 산행인데
날씨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해서인지 산행신청이 없으시네요.
함께 가시겠다던 고바우언니를 마다하고 혼자서 산행에 나섭니다.
오늘 들머리는 형제봉지킴터입니다(08:35).
형제봉 공원지킴터라는 표지도 처음 보는거 같네요.
초입부터 눈이 제법 있습니다.
그늘진 곳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마지막 잎새???
하늘은 무척 깨끗합니다.
기온은 무척 낮지만 오늘은 바람이 없어 아주 따뜻합니다.
따뜻하다고 하면 거짓말 한다고들 하는데... 정말입니다.
얼마 전에 새로 설치한 형제봉 고속도로입니다.
아기자기하고 다이내믹한 맛은 사라졌지만 산행은 아주 수월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식구들이 한 해를 돌아보라고
대장 혼자 산행하도록 배려를 해주신 듯 하네요.
지인들이 가끔 이런 질문을 합니다.
몇 시간 동안 산행하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느냐구요.
그럼 전 이렇게 대답하곤 하죠.
아무 생각없이 산행한다구요.
그저 산과 하나가 되는거라구요.
거북이를 담았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꼭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산행을 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표정들을 짓곤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런저런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아무래도 연말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이맘 때면 누구나 한 해를 돌아보곤 하니까요.
산행일지를 보면... 금년 우리 산방의 공식, 비공식 산행은 오늘까지 총 58회입니다.
물론, 집계되지 않은 산행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때로는 함께, 때로는 따로.
어떤 경우는 따로였지만 함께였고, 또 어떤 경우는 함께였지만 따로였던 때도 있었습니다.
저 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은 서로 비슷하니까요.
형제봉 코스에서는 보현봉이 으뜸입니다.
날씨 탓인지... 분위기 탓인지... 현재까지 아무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14년 동안 대장노릇하다보니 진작부터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나이 탓도 있겠지만... 역시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누가 예쁘게 만들어 놓은 하트에...
숟가락만 얹어서 한 컷 담았습니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담았습니다.
어느 순간, 산방식구들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선사 지나면서 대성문까지의 코스 역시 제가 좋아하는 코스입니다.
등로가 너무 예쁘거든요.
그런 마음을 갖게되니까 말도 함부로 나가고 행동도 거칠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대성문(10:00).
간단히 배를 채웁니다.
커피&고구마.
비봉 방향으로 진행할껀데... 일단은 보국문 방향으로 갑니다.
우리 사회는 언제나 문제를 개선하려는 사람들보다는 지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듯 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문제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우리 산방도 그랬던거 같았습니다... 금년 한 해.
물론, 오랜 세월 함께 하다보면 이러쿵저러쿵 잡음이 날 때도 있는 법이지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정말 오랜 시간을 같이 하면서 잡음이 없다면,
그것 또한 이상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와 제일 친한 잠자리 박사 친구녀석도 1년에 서너번 만날까 말까 하는데
우리 산방식구들하고는 1년에 최소 30번은 만나곤하니까 정말 대단한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서로 좋은 관계로만 엮인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우린 모두가 부족한 사람들이다 보니까 늘 그럴 수 만은 없는거지요.
이런 말씀드리기 다소 송구스럽지만,
인생이란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는 법이잖아요.
칼바위능선을 들러 갑니다.
눈이 소복이 쌓여 있네요.
봄날입니다.
봄날님 생각이 나네요~~~^0^
이런 그림을 보기 위해 칼바위능선에 왔습니다.
눈이 조금 부족하지만요.
2022년 우리 산방은 내리막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제 바닥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2023년에는 올라 갈 일만 남은 거지요.
그런데, 오르막 길은 혼자서 오르면 정말 힘이 듭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올라가야 수월하지요.
모두 함께 힘을 모아 힘차게 올라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지나온 14년의 세월보다 앞으로의 시간이 더욱 행복한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칼바위능선에서 북한산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고
보국문으로 돌아나와 지난 주말 송년산행때 영희님을 만나러 갔던 안부길을 돌아갑니다.
지난 주말보다 눈이 훨씬 많이 쌓였습니다.
대남문(11:27).
대성문에서 대남문까지 거리는 300미터인데 거의 1시간 반이나 걸렸네요.
올 한 해, 대장으로 인해 마음 상한 일 있으셨다면 다 용서해주시고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용서는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본인을 위한 것이라는거 알고 계시죠?
부족한 대장은 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 벌써 다 잊어 버렸으니까
무슨 일이든 마음에 담아두지 마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서운했던거 직접 제게 말씀하셔도 좋구요.
오늘 고바우언니 오셨으면 보현봉 챤스였는데... 아깝네요~~~^0^
내년, 2023년 계묘년... 바로 제가 환갑되는 해입니다.
형님누님들 많이 계시지만, 나이값 하는 대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언제나 흔들리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고있는 북총을 닮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하늘... 정말 눈이 부시게 시린 하늘입니다.
상원봉에는 어설픈 상고대가 살짝 보이네요.
나한봉 치성.
상원봉 이정목도 쓰러졌네요.
앞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에게 서운했던 것들 모두 2022년과 함께 묻어주셨으면 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새롭게 노력해보다가 정 안되겠다 싶으면 저도 조용히 물러나겠습니다.
저도 그렇고 우리 산방식구들도 그렇고 사실 떠나면 그만이지요.
산방이 '산사모 일산' 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 모두들 어디 가셔도 산행실력이 딸리지 않으실 정도는 되셨으니까
괜히 속앓이 하지 않으셔도 되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아직 우리 산방에 미련이랄까, 애정이랄까... 그 뭐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서로 힘을 모아 힘차게 오름질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청수동암문 내림길, 눈이 예쁘네요.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로 파아랗지만
바람이 불지않아 대기가 순환이 안돼서 아래쪽은 갑갑합니다.
통천문(12:30).
산방식구들 모두 기쁜 성탄 보내시고
2022년 알차게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정말 따뜻한 날입니다.
출발하면서 입었던 쟈켓을 산행내내 벗고 셔츠바람으로 산행 중입니다.
충청과 호남, 제주는 폭설로 난리가 났지만
서울지역은 아직도 눈이 더 많이 내려야 할 것 같네요.
사모바위 앞에서 따뜻한 햇살받으며 배낭털이를 합니다.
커피 마시는데 정말 하늘이 청명하네요.
2023년 우리 산방도 이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오늘은 공지한대로 승가사로해서 구기분소로 하산합니다(13:03).
대장의 꼬장을 다 받아 주시면서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주신 식구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렇게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더디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거라는 생각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구기분소 방향 하산길은 해가 잘들어 눈이 많이 녹아 있지만
군데군데 얼음도 있고해서 끝까지 아이젠을 하고 내려가는게 좋을꺼 같습니다.
겨울산행 시, 두번째로 미련한 사람은 깜빡 잊고 아이젠을 챙겨오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럼... 첫번째로 미련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양지 바른 곳에 카페가 있네요.
첫번째로 미련한 사람은 바로,
배낭 속에 아이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산행하는 사람입니다.
아이젠 없이도 물론 잘 가는 사람도 있지만
안전을 위해 불안하다 싶으면 무조건 아이젠을 하셔야 합니다.
괜히 객기부리다 넘어져봐야 자기만 손해니까요.
대남문에서 내려오다 쉬어가는 쉼터와 만납니다.
지난 번에도 봤던 고드름.
구기계곡... 예쁘네요.
산행을 마칩니다(13:50).
봄날처럼 따뜻한 날.
혼자였지만 결코 외롭지 않은 산행을 하였습니다.
무척 춥다고해서 조금 망설였지만 역시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한 해 동안, 식구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 산행코스 : 형제봉지킴터 - 대성문 - 보국문 - 칼바위능선 - 보국문 - 문수봉
- 상원봉 - 청수동암문 - 사모바위 - 승가사 - 구기분소(10.1km).
◆ 산행시간 : 5시간 15분(단독산행).